文學,藝術/사진칼럼

[사진의 기억] ‘리알 포토’로부터 온 춤

바람아님 2024. 3. 30. 01:00

중앙SUNDAY 2024. 3. 30. 00:04

가볍게, 발들이 들려있다. 화면을 채우고 있는 흰 고무신과 모시 바지, 치마에도 무게가 없다. 풍성한 주름들은 곧 여성을 따라 풀릴 준비를 마친 듯하다. 이미 고무신이 걸음을 뗐다. 보이지 않지만, 남자의 팔은 아마도 그의 다리처럼 허공을 슬며시 들어 올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현장의 부분, 인물들의 일부만이 담겨있을 뿐인데, 정사각의 사진 안에 춤이 가득하다. 한국의 대표 사진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황규태의 ‘블로우업 bLowup’이다.

‘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사진은 원래, 1968년 어느 날 서울 뚝섬의 한 너른 마당에 군중들이 모여 춤을 추는 모습을 찍은 ‘리알 포토’(리얼리즘 사진)였다....그 중 한 쌍의 하반신만을 자르고 확대한 것이다. 마치 서사가 담긴 소설을 한 줄의 짧은 시로 바꾼 것과 같다.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지만, 황규태가 처음 했으므로 황규태식이고 그 다음은 아류가 된다. ‘처음’이 갖는 의미가 거기에 있다. 다양한 기법으로 사진의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한국 아방가르드 사진의 선구자’로 불리는 황규태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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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기억] ‘리알 포토’로부터 온 춤

 

[사진의 기억] ‘리알 포토’로부터 온 춤

가볍게, 발들이 들려있다. 화면을 채우고 있는 흰 고무신과 모시 바지, 치마에도 무게가 없다. 풍성한 주름들은 곧 여성을 따라 풀릴 준비를 마친 듯하다. 이미 고무신이 걸음을 뗐다. 보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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