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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의 문화살롱] 귀는 왜 두 개일까…다섯 가지 숨은 이유

바람아님 2024. 7. 10. 01:20

한국경제  2024. 7. 10. 01:05

■ "양쪽 귀를 크게 열라"
방향감각 키우는 쌍청각 작용
양쪽 정보 합산하는 가산효과
회전·기울기 조절하는 평형감각
남의 말을 깊이 듣는 경청효과
쓴소리까지 들을 줄 아는 '耳順'
시간·정성 들인 만큼 성찰효과도

카슨 매컬러스 소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주인공은 귀먹은 청년이다. 갑작스레 친구를 잃고 동네 카페에서 외롭게 시간을 보내는 그의 곁으로 몇몇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남모를 비밀 때문에 아내와 소원해진 카페 주인, 떠돌이 급진주의자, 음악으로 탈출구를 찾으려는 소녀, 인권을 생각하는 흑인 의사. 이들은 서서히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입술 모양을 열심히 읽으며 얘기를 들어준다. 그러나 눈만 껌벅일 뿐 뭐라고 대꾸를 해줄 수 없다.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말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각은 오감 중에서 가장 민감한 감각이다. 시각보다 빠르고 섬세하다. 우리 뇌는 시각 정보 변화를 초당 15~25회 정도 인지하지만, 청각 정보 변화는 초당 200회 이상 감지할 수 있다. 청각은 잠자는 중에 깨어 있고, 죽을 때도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다. 외부 음파를 모으는 귓바퀴는 포유동물에게만 있다. 귓바퀴 모양은 사람마다 달라서 ‘제2의 지문’ ‘이문(耳紋)’이라고 부른다. 여권 사진 찍을 때 귀를 드러내도록 하는 게 이런 연유다.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얼마나 어려우면 선인들도 60세가 돼서야 비로소 “귀가 순해진다”고 했을까. 공자가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했다”고 표현한 ‘이순(耳順)’은 귀가 순해져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나이를 가리킨다.

귀는 입이나 눈과 달리 스스로 닫을 수 없다. 말하기 싫으면 입 다물고, 보기 싫으면 눈감지만, 아무리 듣기 싫어도 귀를 닫을 수는 없다. 양쪽 귀가 늘 열려 있는 것은 달콤한 말만 듣지 말고 쓴소리도 들으면서 균형감각을 가지라는 달팽이관의 또 다른 일깨움이 아닐까 싶다. 무심코 고개를 들고 보니, 거울 속에서 두 귀가 바퀴를 오므리며 쫑긋하고 웃는다.


https://v.daum.net/v/20240710010501476
[고두현의 문화살롱] 귀는 왜 두 개일까…다섯 가지 숨은 이유

 

[고두현의 문화살롱] 귀는 왜 두 개일까…다섯 가지 숨은 이유

카슨 매컬러스 소설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의 주인공은 귀먹은 청년이다. 갑작스레 친구를 잃고 동네 카페에서 외롭게 시간을 보내는 그의 곁으로 몇몇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다. 남모를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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