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6. 28. 23:52
강의에서 성공하는 법을 묻는 학생의 질문을 받고 ‘노력’이란 단어를 되삼킨 적이 있다. ‘하면 된다’가 ‘되면 한다’로 바뀐 걸 모르냐는 조카의 핀잔을 듣다가 노력도 가성비 따지는 게 트렌드인가 싶어 아찔했다. 노력이란 단어가 오염됐다는 건 ‘노오력’ 같은 신조어의 등장으로도 알 수 있다. 노력과 노오력 사이엔 ‘강도’와 ‘빈도’ 이외에도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언제까지 노력해야 하나. 분명한 건 노력조차 하지 않으면 되는 건 별로 없을 거란 선명함이다. 노력이 의지가 아닌 재능이 되는 순간이다.
열정이란 하기 싫은 마음을 끝없이 돌려세우는 차가운 이성에 가깝다. 취미로 글을 쓰던 시절을 지나 직업으로 쓰게 되면서 나는 열정 앞에 ‘뜨거운’이란 형용사를 붙이지 않는다. 열정이 모자라서 실패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노력한 것 이상으로 이뤄 기쁠 때도 있고, 노력만큼 보상받지 못해 억울할 때도 있다. 내 주위에는 나보다 뛰어나고 노력했지만 작가로 데뷔하지 못한 친구도 여럿 있다.
유튜브에는 자신처럼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성공학 강의가 열풍이다. 흙수저인 자신이 오직 노력만으로 성공했다는 인터뷰도 차고 넘친다....성공은 희귀하고 실패가 빈번한 시대에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은 평범한 사람에게 오히려 열패감을 안긴다.
‘신경 끄기의 기술’의 저자이자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평가한 ‘마크 맨슨’은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헛소리다. 너는 특별하지 않다. 평범을 받아들이면 거창한 기대 없이 자유롭게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
https://v.daum.net/v/20240628235215383
[백영옥의 말과 글] [360] 우울한 나라의 성공학
신경 끄기의 기술 베스트셀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힘
저자 마크 맨슨 | 역자 한재호
출판 갤리온 | 2017.10.27.
페이지수 236 | 사이즈 140*207mm
판매가 서적 13,500원 e북 11,8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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