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7. 19. 23:55
처음 편의점 배달 서비스 광고를 봤을 때 걸으면 몇 분, 배달하면 한 시간 가까이 걸리는 이 서비스가 잘 될까 싶어 의아했다. 하지만 배달 수요가 계속 늘어난다는 뉴스를 보니 인간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게으른 존재란 생각이 든다. 땀 흘리며 운동하는 사진은 매일 인증해도 오피스텔 1층 편의점에 가는 건 또 귀찮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짜장면, 냉면 위에 채 썬 오이는 질색하면서 통 오이는 건강에 좋다며 잘 먹는 나도 이상하다. ‘짬짜면’이 등장했을 때 짜장이냐 짬뽕이냐의 오랜 고민이 드디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로 저조한 판매를 기록한 이 신박한 메뉴가 중국집에서 하나둘 사라진 지 오래다.
연애할 때 좋아했던 장점이 결혼 생활에는 단점이 되는 아이러니는 어떤가. 활동적이고 외향적이라 매력적으로 느꼈던 남자 친구의 장점이 남편이 되자 밖으로만 나돌아 오히려 외롭다는 호소로 이어진다....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게 이것뿐일까. 잘나 보여도 어딘가 고장 나 있는 게 인간이다.
‘버나드 쇼’ 같은 위대한 문학가조차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쓰지 않았나. 자동차 내비게이션도 가끔 길을 잃고 헤맨다. 늘 초행길인 인생에서 우리에게 완벽한 지도는 없다. 오히려 잘못 들어선 길이 좋은 지도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내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다고 자책 말자. 갈팡질팡 사이 적당과 적정도 최선 못지않다.
https://v.daum.net/v/20240719235517427
[백영옥의 말과 글] [363] 갈팡질팡 내 마음
'人文,社會科學 > 敎養·提言.思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대 며느리 폭탄선언…“아파트·차 사준 시댁에 무조건 ‘복종’해야 되나” (2) | 2024.07.31 |
---|---|
[백영옥의 말과 글] [364] 초식동물과 아파트 (1) | 2024.07.27 |
[백영옥의 말과 글] [362] 회한과 그리움 (2) | 2024.07.13 |
[고두현의 문화살롱] 귀는 왜 두 개일까…다섯 가지 숨은 이유 (2) | 2024.07.10 |
[백영옥의 말과 글] [361] 반복되는 모든 것 (3) | 2024.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