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4. 8. 15. 00:10
美대선 앞두고 벌어진 ‘모자 전쟁’
후보의 삶과 철학까지 담아 제작
이름만 크게 박는 한국 ‘선거복’
비전 사라진 정치 현실 보여줘
한국에선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팀 월즈 미국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뒤 쏟아진 보도 중에 민주당 대선 캠프에서 선보인 홍보용 모자가 순식간에 매진됐다는 소식이 있었다. 캠프는 국방색 카무플라주(위장용 얼룩무늬) 바탕에 해리스·월즈의 이름을 오렌지색으로 프린트한 야구 모자를 웹사이트에서 40달러에 판매했다. 30분 만에 100만달러(약 13억7000만원) 매출을 올리며 ‘완판’됐다고 한다.
작은 물건에 작지 않은 의미가 담기기도 한다는 걸 이 모자가 보여준다. 군인의 색이자 사냥꾼의 색인 카무플라주는 주방위군에서 복무하며 평생 사냥을 즐긴 월즈의 색이다. 주황도 오인 사격 방지를 위해 사냥용 의류에 넣는 색이다. 헌터스 오렌지(hunter’s orange)라고 한다. 자신의 상대인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을 두고 “그가 나처럼 꿩을 쏠 수 없을 거라고 장담한다”고 했던 월즈에게 딱 맞는 색 조합이다. 똑같이 중서부 시골 출신인 밴스가 아이비리그 로스쿨을 나와 실리콘밸리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월즈는 꿩을 쏘았다. 군인 출신, 시골 아저씨, 보통의 삶이라는 코드가 모자에 녹아 있다
모자 하면 떠오르는 정치인은 트럼프였다.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을 수놓은 빨간 모자는 2016년 대선 때부터 그의 분신이었다. 트럼프처럼 모자도 직설적이다. 선거 구호를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도록 만든 게 디자인의 전부다..... 모자에 ‘기호 1번 트럼프’라고 적었다면 캠페인 효과는 반감됐을 것이다.
한국에서 선거 상징물이 호소력 있는 디자인으로 화제가 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어떤 상상력도 느껴지지 않는 선거복이 우리 선거의 현주소다. 후보자는 미래를 고민할 필요가 없고, 유권자는 그가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 필요가 없는 선거. 오직 중요한 것은 어느 편이냐는 물음뿐이다. 우리 정치가 후진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빈약한 상상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https://v.daum.net/v/20240815001023927
[에스프레소] 트럼프와 해리스의 선거운동 모자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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