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에 와보니
필마 타고 찾아온 한양!
만감이 교차하누나.
그 사이에 세상사는
상전벽해 되었어라.
이 추운 날 나그네는
어느 집에 투숙하나?
대갓집들 하나같이
주인이 바뀌었네.
寓感
匹馬長安百感新(필마장안백감신)
伊來世事海生塵(이래세사해생진)
天寒客子投何處(천한객자투하처)
甲第皆非舊主人(갑제개비구주인)
평양의 저명한 시인 황염조(黃念祖)가 오랜만에 한양을 들렀다.
정조가 새 국왕으로 등극한 다음해 한겨울이다.
평소 고관들에게 환대를 받던 터라 그들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히 몰락하고 집은 새 주인이 차지하고 있었다.
되돌아오려니 가슴속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옛 친구에 대한 연민의 감정 때문만은 아니다.
정국이 교체되면 으레 정치인들의 살육전이 벌어져 피비린내를 풍겼다.
우리 같은 지방 사람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구경꾼일 뿐
누가 정권을 차지하여 대갓집 주인이 되던 상관이 없다.
쓸쓸히 고향으로 되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시가 저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감히 고관을 비꼬았다고 하여 그는 평양에서 맞아 죽었다.
불손하게도 정의와 진실을 살짝 드러낸 호된 대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