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朝鮮칼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민주권의 역설

바람아님 2025. 6. 2. 01:06

조선일보  2025. 6. 1. 23:55

대법원이 李 후보 파기환송하자 민주 “사법부가 국민주권 거슬러”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도 佛 대혁명 때 로베스피에르도 ‘국민’ 이름으로 상대방 숙청
국민주권 신처럼 절대 군림하면 사회는 전체주의로 추락할 뿐
성찰·절제·균형으로 중심 잡아야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그 유령은 ‘국민’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민’이라는 말 사태가 났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주 고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용어가 ‘자유’였다면, 이 후보는 ‘국민’이다. 12월 14일,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촉구하는 성명서 ‘새로운 국민 승리의 날’을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만 ‘국민의 마음’ ‘위대한 국민’ ‘국민의 명령’ ‘나라의 주인 국민’ ‘국민의 뜻’ ‘울부짖는 국민’ 등 28회나 ‘국민’이 등장한다. 민주국가의 정치가에겐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법도 국민의 합의인 것이고, 결국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 후보의 발언은 불온하다. 사법부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선고하자, ‘국민’이란 말이 다시 봇물처럼 쏟아졌다. “대통령은 대법원이 아닌 국민이 뽑는다”(정청래 의원), “사법부가 감히 주권자의 의사를 거스른 것”(이언주 의원), “국민주권과 국민 선택을 사법이 빼앗으려 하고 있다”(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

그 이후 민주당은 대법관 탄핵과 청문회, 대법원장 특검법을 서슴없이 몰아붙였다. 군사독재 때도 없던 일이다. 또한 “국민이 이재명을 지킬 것”(황정아 대변인)이란 명분으로 법원조직법, 헌법재판소법,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히 ‘국민’ 중독증 수준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이 후보는 집권하면 ‘국민주권정부’란 이름을 붙이겠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일은 정치가 하는 것도, 사법부가 하는 것도 아니라, 결국 국민이 한다”는 그의 신념이 “국민이 이재명을 지킬 것”이란 신앙과 결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주주의의 신성한 원리인 국민주권은 무시해서도, 맹신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의 생존은 그 간극을 인식하고 형평을 유지하는 고도의 균형 감각에 달렸다(C. Lefort). 한국 민주주의는 독재를 거쳐 1987년 민주화에 성공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적 전제’의 문 앞에 서 있다. 민주주의의 물질적, 제도적 조건을 넘어선 제3의 원소는 플라톤의 성찰, 토크빌의 절제, 몽테스키외의 균형 같은 마음의 습관(habits of heart)이다. 국민주권의 주술을 막는 지성의 부적이다.


https://v.daum.net/v/20250601235517729
[朝鮮칼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민주권의 역설

 

[朝鮮칼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민주권의 역설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그 유령은 ‘국민’이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민’이라는 말 사태가 났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주 고객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관용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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