耳 鸣
-심 구(芯 九)-
산골마을의 아침은
매미들 합창으로 시작한다
실로 꿰멘 검정고무신 또 터질까
조심조심 논둑 길 올라서면
미루나무 높은 가지 끝
말매미 찌- 하고 학교길 재촉한다
한낮 무더위 느티나무 아래 멍석 깔면
매음매음 참매미소리 오수를 불러오고
석양 붉은 빛이 산 그림자 만들면
쓰름매미 쓰름쓰름 저녁때임을 알려
해거름 일손을 분주하게 한다
구름은 벌써 저만치 흘러 갔다
논두렁에 그 많던 미루나무 보이지 않고
동구 앞 느티나무는 가지가 부러졌다
갈 곳 잃은 매미들
내 귓속으로 숨어들어
밤낮 구분 없이 찌- 하고 운다
일년 내내 쉼없이
산골마을 그립다고…….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이명"을 화자도 갖고 있다. 떼어 내려도 쉽사리 떨어 지지 않는 이명을 유년시절 듣던 고향의 매미소리로 글을 이어 갔다. 농사가 주였던 그 시절에는 모든 농사를 사람의 힘으로 하고 자연을 삶의 일부로 받아 들였으나 지금은 농촌도 대부분 기계화되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공단으로 빠져나가 늙은 노인들만이 지키고 있고 성냥이 라이타로, 나무젓가락은 수입목재로 바뀌어 미루나무가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어져 논두렁에서 자취를 감춰 버렸으며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던 느티나무밑은 찾는 사람이 없어 졌다. 그래서 살곳을 잃은 매미들은 화자의 귓속에 둥지를 틀었다. 화자는 "이명"의 고통으로 부터 벗어 나고자 그 매미를 원래 살던 곳으로 돌려 보내려고 한다. 아니 어쩌면 산업화의 물결에 휩쓸려 떠나왔던 고향, 가난했지만 마음은 풍요로웠던 유년시절로 화자 자신이 돌아가고픈 마음이 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의 주제는 "이명"이다. 다른글은 "이명"을 풀어가는 수사에 불과하다. 초장은 매미와 함께하는 일상의 생활들을, 중장은 매미가 떠나올수 밖에 없는 농촌의 실정, 종장은 귓속에 들어와 터를 잡은 매미를 떼어 버리고픈 화자..
~ 화자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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