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앙투안 와토의 ‘피에로’ (1719, 캔버스에 유채, 파리 루브르박물관)
어릿광대 피에로가 한껏 모양을 낸 채 무대 한가운데에 섰다. 연극의 감초 역할을 하던 그가 무대의 주인공이 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런데 그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쏟아질 것 같다. 남을 웃기던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정은 이렇다. 파리의 유명 연극배우였던 벨로니는 은퇴 후 앞날이 막연해지자 고심 끝에 파리시청 부근에 카페를 차렸다. 그런데 장사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머리를 짜냈다. 로코코 미술의 선구자인 장 앙투안 와토에게 자신을 모델로 한 ‘피에로’를 주문해 홍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전직 유명 배우가 운영하는 카페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생각에서다. 그는 화가에게 자신을 피에로로 묘사해 달라고 주문했다. 먹고살기 위해 또 다른 연극을 준비해야 하는 자신의 처량함. 눈물을 머금은 피에로는 곧 자신의 자화상이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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