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구름처럼 둥둥 바람 드는 마음을 도처에서 마주친다.
'바람들은 어쩌자고 자꾸 와서 흔드나' 높푸른 바람이 예서제서 흔들리는 가슴을 싣고
물들어가는 단풍 사이를 연일 지나간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들 하지만 이 가을날 흔들리는 게 남자뿐이랴.
여자들도 날마다 새 바람을 넣는 햇살과 단풍 사이를 헤치고 다니느라 하늘을 자주 올려다본다.
먼 데를 한참씩 바라보기도 한다.
가을이면 그렇게들 간절해지나 보다.
가을이면 그렇게들 간절해지나 보다.
놓치고 온 것만 아니라 바람을 따라나서면 무엇이든 만날 것만 같은 마음도 더해지나 보다.
그런 날 '눈부시되 쓸쓸'한 어느 하구, '갈밭 사이 황금비단' 앞이면 더할 나위 없으리.
그런 하구에서 그리는 '이십대, 어느 한 시절 / 마음이 와서 울던 곳'!
그냥 또 가서 오래도록 서봐야 하리.
옛 마음 다시 펴서 깊이 젖고 싶은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가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