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4.10.30 도쿄=차학봉 특파원)
[NYT까지 사루후쓰 마을·군마현 사례 소개하며 비판]
사루후쓰 마을 - 한국인 징용피해자 추모비 추진
극우 "매국 마을 수산물 불매"… 결국 제막식 앞두고 좌절
군마현 - 10년前 세운 희생자 추도비
극우세력 협박·항의 거세자 허가 갱신 불허하며 철거 결정
NYT의 쓴소리 - "야마타니 공안위원장이
극우단체 간부와 사진 찍어도 일본 사회는 수수방관"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자 아시아판 1면에 '전쟁의 죄를 잊으라는 일본의 압력(Pressure in Japan to Forget Sins of
War)'이라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홋카이도 사루후쓰(猿拂) 마을의 한반도 강제징용 피해자 추모비 건립 좌절
과정을 소개하면서 '네트우익'의 과거사 지우기 공세에 굴복한 일본을 비판했다.
네트우익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우 세력으로, "한국인을 죽이자"는 혐한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사루후쓰 마을은 10년 전부터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발굴 조사를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 유골 39구를 발견했다.
주민들은 "가혹한 노동 끝에 사망한 피해자의 영혼을 위로하자"며 마을 공동묘지에 추모비 설치를 추진했다.
공사가 거의 끝나고 제막식만 앞둔 작년 11월, 관련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전쟁의 죄를 잊으라는 일본의 압력’ 제하의 기사에서 일본의 ‘과거사 지우기’를 비판했다.
일본에서 극우단체의 압력으로 한국인 강제 징용 피해자 추모비를 철거한 사례 등을 다룬 뉴욕타임스 29일자 지면(위 사진).
군마현에서 2005년 학생들이 한국인 강제 징용 피해자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아래 사진). /마이니치신문
갑자기 "한국의 조종을 받는 마을이다" "매국 마을의 수산물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항의·협박 전화가 마을에 쏟아졌다.
네트우익이 인터넷에 비난하는 글과 함께 "항의를 하라"며 마을 전화번호를 올렸기 때문이다.
인구 2800명에 불구한 어촌 마을은 주민 생업인 수산물 불매까지 거론하는 협박을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을은 결국 제막식을 앞두고 행정 절차 하자를 이유로 추모비 설치를 사실상 불허했다.
29일 본지 통화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마을 주민은 "그들은 '추모비가 한국 강제징용 소송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공격을
가했다"면서 "추모비는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는 것인데도 '비(非)애국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네트우익은 사루후쓰가 굴복하자 "노력한 모든 분에게 감사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뒤 공격 대상을 확대했다. 군마현이 7월 다카사키(高崎)시 '군마의 숲'에 있는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 추도비'에 대해 설치 허가 갱신을 불허, 철거 결정을 내린 것도
네트우익 공세 때문이다. 이 추모비는 지난 2004년 지역 시민과 기업이 1000만엔을
모금해 만들어졌다. 10년간 지역 학생들이 과거사를 배우는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네트우익의 과거사 지우기를 방관하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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