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용 한자 808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나가자."
지난달 30일 일본 요코하마(橫浜)에서 열린 제 6회 한·중·일 문화부 장관 회담에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일본 문부과학상은 기조연설을 통해 '한자를 통한 문화교류'를 제안했다. '공용 808자'는 지난 4월 중국 양저우(揚州)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30인회'(중앙일보·신화사·니혼게이자이신문 공동 주최)에서 정식 채택됐다. 3국 간 과거사·영토·정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에 강력한 문화적 연대를 확산시키고 세 나라 미래 세대의 교류를 보다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은 "민간의 뜻 깊은 노력으로 3국의 공용 808자라는 훌륭한 결실을 맺었다"며 "이는 세 나라 국민들이 서로 이해하고 문화교류를 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회담이 끝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도 "(3국 정부가) 한자의 활용을 함께 검토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3국의 각계 저명 인사들로 구성된 '한·중·일 30인회'가 새로운 3국 협력 어젠다로 제언한 것이 정부 차원의 공식 논의로 확대된 셈이다.
이번 회담에는 한국에서 김종덕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중국에서 양즈진(楊志今) 문화부 부부장(차관급)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 열린 3국 문화부 국장급 협의에서도 세 나라는 "한·중·일 30인회의 한국 측 대표단에서 최초로 '공용 한자' 아이디어가 나온 이후 민간의 오랜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며 장관 회담의 기조연설 주제로 채택할 것을 결정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1일 이를 크게 전하면서 "한·중·일 30인회는 이미 '공용 한자 808자'를 3국의 표지판에 활용하거나 학교 서예 수업시간에 도입하는 등의 제언을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인터넷판 신문에는 808자의 한자를 일일이 표로 정리해 소개했다.
오늘날 한국은 한자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쓰고 있지만 일본은 약자체(略字體)를, 중국은 대폭 간략화한 간체자(簡體字)를 사용함으로써 소통에 불편을 겪고 있어 '공용 한자'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문화·교육 부문이 통합돼 있는 반면 한국은 따로 나눠져 있다"며 "따라서 '공용 한자'를 보다 범정부적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선 부처 간 조율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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