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 꽃 시골 마을 꽃은 오두막집을 환히 밝히고 병이 들어 문 닫고 지냈거니 나무하는 아이는 피지도 않은 꽃가지를 머리에 꽂았고 시냇가에 쓸쓸히 앉았노라니 | 村花 村花明小屋(촌화명소옥) 廢門緣多病(폐문연다병) 樵童簪未發(초동잠미발) 溪上悄然坐(계상초연좌) |
이광현(李匡顯, 1707~1776)의 시다.
30년을 부산에서 유배 생활하며 그 고독함을 시로 달랬다.
길고긴 겨울 내내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몸이 아픈 탓이라고 해두자.
봄도 되고 해서 모처럼 바람을 쐬러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여린 꽃이 피어 촌티를 벗은 오두막 초가집과
버들가지 늘어진 큰 집 담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 계절이 바뀌었다.
꽃가지를 머리에 꽂은 아이들과
나물 캐는 소녀들이 앞을 지나간다.
멋지고 활기차다.
시냇가에 쓸쓸히 앉아있었더니
어디선가 지인이 나타나 "술 한잔 하시렵니까?" 물어온다.
그를 따라 일어선다.
못 마시는 술이라도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