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가슴으로 읽는 한시] 시골 마을 꽃

바람아님 2014. 12. 8. 12:47

(출처-조선일보 2014.12.08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시골 마을 꽃


시골 마을 꽃은 오두막집을 환히 밝히고
대로의 버들은 높다란 담장을 덮었군.

병이 들어 문 닫고 지냈거니
잠깐 노니는 것이 어찌 미친 짓이랴?

나무하는 아이는 피지도 않은 꽃가지를 머리에 꽂았고
나물 캐는 소녀는 막 자라는 순을 캐는구나.

시냇가에 쓸쓸히 앉았노라니
그대 다가와 술 한잔을 권하네.



村花


村花明小屋(촌화명소옥)
官柳覆高墻(관류복고장)

廢門緣多病(폐문연다병)
偸閑豈是狂(투한기시광)

樵童簪未發(초동잠미발)
菜女折方長(채녀절방장)

溪上悄然坐(계상초연좌)
君來勸一觴(군래권일상)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일러스트이광현(李匡顯, 1707~1776)의 시다. 


30년을 부산에서 유배 생활하며 그 고독함을 시로 달랬다. 

길고긴 겨울 내내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몸이 아픈 탓이라고 해두자. 

봄도 되고 해서 모처럼 바람을 쐬러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여린 꽃이 피어 촌티를 벗은 오두막 초가집과 

버들가지 늘어진 큰 집 담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사이 계절이 바뀌었다. 

꽃가지를 머리에 꽂은 아이들과 

나물 캐는 소녀들이 앞을 지나간다. 

멋지고 활기차다. 

시냇가에 쓸쓸히 앉아있었더니 

어디선가 지인이 나타나 "술 한잔 하시렵니까?" 물어온다. 

그를 따라 일어선다. 

못 마시는 술이라도 한잔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