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感動·共感

거리의 아이들 위한 '한시간 학교' … 동네 아줌마가 만든 기적

바람아님 2015. 1. 15. 10:24
[중앙일보 2015-1-14 일자]

나는 시민이다


이미경씨가 손으로 ‘시민’을 상징하는 사람 인(人) 모양을 만들며 웃고 있다. [오종택 기자]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새해 어젠다를 ‘이젠 시민이다’로 정했습니다. 오늘부터 ‘참여하고 책임지며 올바르게 글로벌로 나아가는’ 선구자적 시민들의 모습을 수시로 소개합니다. 첫 회는 서울 은평구에서 ‘한시간 학교’를 운영하는 이미경(49)씨 이야기입니다.

 열네 살 양구의 하루 목표는 친구네 집에 가서 눈치 안 보고 밥 먹기였습니다. 지적 장애 증상이 있는 할아버지와 누나랑 살다 보니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거든요. 제가 양구를 처음 만난 건 6년 전입니다.

 저와 이웃 아주머니들이 대조동사무소 3층에 마련한 도서관 주변에서 양구와 그 친구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다가 경찰에게 쫓겨나곤 했어요. 안 되겠다 싶어 아이들에게 “갈 곳이 없으면 도서관으로 오라”고 했어요. 양구는 “중학교를 졸업할 생각이 없다”고 뻣뻣하게 말했죠. 다른 아이들도 사정은 비슷했어요. 제 딸들 또래였던 아이들이 그러는 게 영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다시 거리로 보낼 수는 없어 영화를 보여줬어요. 나중엔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의 생활을 담은 다큐 영화를 만들어 자신들의 중학교에서 상영해 격려와 칭찬을 받기도 했지요.

 이후 학교에 잘 나가지 않던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면 학교 출석으로 인정해 달라고 각 학교장 선생님들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반드시 학교로 돌려보내겠다’는 약속도 했죠. ‘한시간 학교’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대신 매일 한 시간씩 지역 주민분들에게 목공예·양초공예·도자기공예·뜨개질 등을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학교로 돌아가지 않으면 선생님의 학교가 실패하는 것’이라며 서로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양구를 비롯한 많은 아이가 학교로 돌아가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사실 바뀐 건 아이들뿐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에 부모님들도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지금은 인근 6개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교육을 진행 중입니다. 100여 명의 학생이 이곳을 거쳐 새 출발을 했고, 지금은 10명이 제2의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김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