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균/대기자
김무성의 화법은 단선적이다. 여당 일각에선 오랫동안 ‘증세 없는 복지’의 문제점을 제기해왔다. 그 비판적 표현은 ‘과욕, 착각’에 머물렀다. 하지만 김무성이 끌어올린 질타 수위는 최고조다. ‘국민 속이기’는 극단적인 언어 동원이다. 말의 퇴로는 막혔다. 그런 용어는 모멸감을 생산한다.
여당 대표의 그런 단정적인 직설은 이례적이다. 그것도 국회 대표연설에서다. 박근혜 정권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운다. 박근혜 식 국가 개조의 깃발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개조의 대상이 됐다. 그 역설적 장면은 권력의 침체를 압축한다.
대통령 자존심은 상처 났다. 증세와 복지 토론은 시급하다. 하지만 말투는 다른 차원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김무성의 독설을 분리, 대응했어야 했다. 그들은 침묵에 의존한다. 그 자세는 대책 없는 무기력을 풍긴다. 언어 전략은 권력 운용의 핵심이다. 말은 영향력이다. 정치 질서를 주도한다. 그들의 순발력 부족은 바뀌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은 얕잡아 보인다. 그런 시각의 고착화는 권력 관리에 치명적이다.
권력 난조의 원인은 여럿이다. 인사와 불통 논란이 크다. 개혁전선의 혼선은 그 상태를 구조화한다.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개선은 혼란스럽다. 추진, 후퇴, 재추진으로 바뀐다. 최초의 후퇴는 어처구니없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까 겁을 먹었다. 하지만 건보료 개선은 연말정산 논란과 다르다. 건보개혁 백지화는 초라한 패주(敗走)였다.
그 우왕좌왕이 낳는 부작용은 악성이다. 박 대통령의 이미지는 원칙과 일관성이다. 그것은 지도력의 소중한 자산이다. 일관성은 국정의 추동력이다. 건보 혼란은 그 자산을 허물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소탐대실은 뼈아프다. 그 패주는 후원자들에게 충격과 배신이다. 그들은 좌절과 낭패감을 겪었다. 그들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이규식 건보개선 기획단장은 사표를 냈다.
개혁은 집단 심리다. 박 대통령은 올해를 혁신의 골든 타임이라고 했다. 대상은 공공·노사·금융·교육 4대 분야다. 건보료 개편 혼선은 정권의 약세로 비춰졌다. 그것은 다른 과제에 악영향을 준다. 4대 개혁은 건보 개선보다 어렵다. 개혁 저항세력은 혼란상을 주시한다. 현장 공무원들의 자세도 흔들린다. 복지부동의 심리가 퍼질 것이다.
국정 난조는 인물난에서도 비롯된다. 박근혜 정권은 간판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새누리당 비박(非朴) 세력의 기세는 거침없다. 청와대와 내각은 그런 흐름에 제대로 제동을 걸지 못한다. 국정의 권위를 지킬 인물이 적어서다. 스타급 ‘박근혜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것은 자업자득이다. 집권 초 장관들은 받아쓰기에 충실했다. 그 장면은 오래 상연됐다. 국민들에게 점차 거슬리며 각인됐다. 그 모습은 장관들의 평판을 집단 격하시켰다. 그런 이미지로는 소신과 배포를 내세우기 쉽지 않다. 그 평판으론 정치인들을 맞상대하기 어렵다.
여당과 내각, 청와대 관계가 변곡점을 맞았다. 대통령의 독주는 이젠 허용되지 않는다. 당대표 김무성과 원내대표 유승민의 존재감은 커질 것이다. 하반기 정국은 총선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당 우위로의 전환은 빨라진다. 고위공직자들은 판세 변화에 민감하다. 그들의 여당 눈치 보기는 심해질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 비전도 관철하기 어려워진다. 스타급 장관과 참모의 존재는 지도력을 강화한다.
대통령 임기 3년차의 국정은 정돈과 재충전이다. 그것은 기대치의 축소와 재구성에서 출발한다. 국정 어젠다가 쏟아져 널려 있다. 3일 박 대통령은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국정 과제의 우선순위와 완급을 매겨야 한다. 그 속에서 강렬한 어젠다를 선정해야 한다.
그 과제는 규제 혁파다. 박 대통령이 공들여 왔다. 4대 개혁은 규제와 얽혀 있다. 규제 기요틴의 대상도 좁혀야 한다. 일자리 관련 서비스 분야, 덩어리 규제 해체에 전념해야 한다. 일자리는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다. 그들의 절망을 제거한다.
5년 단임제는 리더십 상상력을 요구한다. 3년차는 승부사적 감각이 필요하다. 결단의 타이밍은 5년 로드맵 실천의 핵심 요소다. 그 감각은 상상력에서 나온다. 박 대통령의 장점은 위기극복 역량과 절제다. 절제에 상상력이 보태진다. 그 순간 국정난조에서 벗어난다.
박보균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