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대한민국 첫 고로(高爐)의 퇴역
(조선일보 2017.01.12 선우정 논설위원) 44년 전 포항제철이 본사 앞마당에서 올림픽 성화 릴레이 같은 행사를 열었다. 경북 포항의 6월 햇살에서 불씨를 얻어 '원화봉(元火棒)'에 붙였다. 고로(高爐·거대한 용광로)에 지피는 첫 불을 '원화'라고 한다. 주자 7명의 바통을 이어 박태준 사장이 원화봉으로 고로에 불을 붙였다. 이 작은 불이 철광석을 녹여낼 수 있을까. 돼지머리 앞에서 임원들이 성공을 빌었다. ▶1973년 6월 9일 아침 7시 30분. '21시간 만에 오렌지색 섬광이 출선구(出銑口)를 뚫고 사람 키보다 높이 치솟았다. 천천히 불꽃이 스러졌다. 숨을 죽이고 내려다보는 사람들 발밑으로 꾸물꾸물 기어나오는 물체가 있었다. 용암 같은 황금색 액체였다. 아침마다 본 영일만의 일출, 맑은 아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