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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근의 세사필담] 북콘서트의 계절

중앙일보 2023. 11. 28. 00:51 정의로 치장한 정치인 북콘서트 외설과 비루한 표현의 난장판 국민 공헌과 시민 역할을 가로챈 말 고수들 가려 낙선운동 펼쳐야 글로 생계를 잇는 전업 작가는 자신의 저서가 부끄럽다. 혹시 투박한 감정이 들키지는 않았는지 노심초사다. 긴장감이 역력한 저자를 만나는 자리, 북카페에서 조촐하게 열리는 독자와의 대화는 정겹다. 그런데 도시를 옮겨 다니며 요란한 북콘서트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특별한 목적이 있다. 과시와 변명, 팬덤 관리, 공론 왜곡. 정치인들의 레퍼토리다. 86세대의 맏형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테이프를 끊었다. ‘별것도 아닌’ 돈봉투 건으로 자신과 주변을 못살게 구는 검찰을 겨냥한 분노와 적개심이 적란운처럼 피어올랐다. 저서 제목도 ‘선전포고’였다.....

[강천석 칼럼]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어느 쪽이 절박한가

조선일보 2023. 11. 25. 03:10 국민의힘, 수도권에서 현재보다 4배 의석 더 얻어야 多數黨 인요한 혁신위 動力 떨어지고, 黨內 반발 높아진 것 걱정해야 내년 4월 10일 오후 6시 30분 무렵 발표될 유권자 출구조사 결과는 이것과 얼마나 다를까. 결과는 세 가지 가운데 하나다. 첫째 여당 국민의힘이 반수 넘는 안정 의석을 확보한 다수당이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수도권 121석 중 최소 절반인 60석 이상은 얻어야 한다. 국민의힘 현재 의석은 17석이다. 4배는 더 당선돼야 한다. 약진(躍進)으론 부족하고 대(大)약진이 필요하다. 둘째는 민주당이 현재처럼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셋째가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에서 떨어져 나온 반..

[김형석의 100년 산책] 인생은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앙일보 2023. 11. 24. 00:29 6·25로 중단된 ‘정신지도자’ 꿈 철학과 현실 사이 간극에 고민 일반인 위한 수필 작가로 활동 되돌아가면 철학에 전념할 것 중학교 4학년 때, 철학을 공부해 정신적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굳혔다. 대학에서 철학과를 선택했고, 열심히 공부했다. 그러나 사회적 환경이 허락지 않았다. 대학 후기에 학도병 문제로 대학을 떠났다. 해방과 더불어 다시 태어나는 희망은 얻었으나 학문을 계속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북한 공산 치하는 모든 희망을 빼앗았다. 탈북해서 7년 동안 중고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도 철학 공부는 놓지 않았다. 그러나 6·25 전쟁으로 내 인생의 계획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의 철학과 현실 사이의 간격은 너무 심각했다. 마치 대학 철학이..

[김순덕 칼럼]제7공화국 노리는 이재명-한총련의 더 무서운 혁신

동아일보 2023. 11. 22. 23:51 공식조직 아닌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이재명 통해 진보세력 집권 목표” 97년 한총련 의장 출신 강위원 밝혀 당대표가 비민주적 친위대 ‘도구’ 돼서야 마침내 국민의힘 혁신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모양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 표현대로라면 ‘나라님’ 목이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22일 “많은 분들이 왜 대통령을 향해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고 이야기한다”며 “일반 당원이라면 당정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5호나 6호 혁신안에서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당이 이제라도 건강한 당정 관계 혁신안을 내놓겠다니 다행이다. 이에 비하면 대통령도, 나라님도 없는 야당이 ‘숨 막힐 상황’이라는 건 분명 비정상이다. 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이상민..

[김형석 칼럼]나라 병들어도 ‘나’와 ‘우리’ 이기면 된다는 사람들

동아일보 2023. 11. 16. 23:48 본인 명예 회복에 정치력 발휘하려는 지도자들 公을 위해 私를 희생하는 애국심 필요한 때다 나는 비교적 여러 사람의 말을 듣는 편이다. 책과 글의 독자들이 있고 방송과 강연회를 갖기 때문이다. 대학을 떠난 후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더 많이 듣고 깨닫게 된다. 군사정권 때였다. 초등학교 선생들의 편지를 받았다. ‘교육하면서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어도 교육계통의 상위기관과 교육청이 과도한 지시와 공문 처리까지 요청하기 때문에, 제자들을 지도할 시간이 부족해서 고민이다’라는 호소였다. 나는 그 뜻을 당시 일간지에 전달 홍보해 준 적이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재인 정부 때에는 어린 학생들의 인권은 앞세우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배제해 왔다. 정부는..

‘이스라엘보다 불안하고, 가자지구보다 안전한’ 서울 [강천석 칼럼]

조선일보 2023. 11. 11. 03:10 수정 2023. 11. 11. 08:34 우크라이나·중동·대만 해협·한반도 同時 비상 걸리면… 이재명 대표, 대한민국이 어떤 세계 속에 사는지 알아야 노란봉투법을 통과시키고 방송 3법을 밀어붙이는 이재명 대표는 자못 위풍당당(威風堂堂)했다. 지팡이를 짚고 초췌한 모습으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던 때가 언제냐 싶다. 다음 날은 자신을 수사하던 검사들을 탄핵하는 일을 진두지휘했다. 뻣뻣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허리 굽히며 부탁한다는 쪽으로 변하자 고개를 치켜세운 이 대표가 대통령과 대조돼 더 크게 확대돼 보인다. ‘귀신에 씌었다’는 말이 떠오를 만큼 뭔가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이 예산 국회 연설하는 본회의장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야당 의원들에..

[김형석의 100년 산책] 내가 탈북한 이유 “인간다운 교육을 하고 싶었다”

중앙일보 2023. 11. 10. 00:43 수정 2023. 11. 10. 00:43 평양의 ‘민족학교' 폐교한 일제 기독교 믿는다고 학생들 때려 일제보다 혹독한 북한식 교육 공산주의 안 따르면 반동 취급 교육의 지향점은 인간성 회복 우리는 지금 잘 가르치고 있나 1940년 무렵이었다. 내가 숭실중학 4학년을 끝내면서 평양 교육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일본의 조선총독부는 평양에 하나뿐인 숭실전문학교와 숭실중학교, 숭의여자중학교를 폐교했다. 민족주의 기독교 학교였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평양의 3숭(3崇) 폐교 사건으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그 대안으로 일본인 학생이 다니는 학교를 제1 공립중학교, 한국 학생을 위한 평양고보를 제2 공립중학교, 숭실학교를 폐교한 대신 제3 공립중학교로 개편하면서 한..

[진중권 칼럼] 마키아벨리와 리바이어던

중앙일보 2023. 11. 2. 00:49 사당으로 전락해버린 여야 모습 정치실종은 정당의 죽음서 비롯 당내 이견 허용과 통합의 언어가 정치 기능 되살리는 변화의 시작 “이제 그만두셔야죠.”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악수를 청하는 대통령에게 했다는 말이다. 몇몇 의원은 악수를 하며 대통령의 얼굴을 보지 않았고, 몇몇 의원은 아예 악수 자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른바 ‘정치의 실종’을 이보다 분명히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의 실종’은 ‘정당의 죽음’에서 비롯된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정당’의 성격을 잃은 지 오래. 여당은 대통령의 경호부대로, 야당은 당 대표의 방탄조끼로 전락해 버렸다. 이 나라에 공당(公黨)은 없다. 그저 대통령과 당대표의 사당(私黨)이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마키아벨리스트를 군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