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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100년 산책] 교수다운 교수가 되고 싶었다

중앙일보  2024. 5. 23. 00:32 대학은 휴머니즘을 꿈꾸는 곳 교리의 울타리 넘어 진리 추구 교수들의 각오와 자세가 중요 종교와 대학의 관계 건강해야 내가 대학에 있을 때였다. 동국대학교 기독교학생회장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 동국대학교에 처음 기독학생회가 생겼는데, 기념사업으로 강연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교수님께서 강연을 맡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요청이었다. 불교 대학이니까 신부나 목사를 초청하기가 어렵고 철학 교수인 내가 기독교 강연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나도 기꺼이 허락했다. 강연 날짜를 며칠 앞두고 다시 연락이 왔다. 대학에서 기독학생회 주최로 강연할 수 없게 되어 장소를 가까이 있는 침례교 예배당으로 옮겼으니 양해해 달라는 전화였다. 대학에서는 강연회 벽보를 보고 기독..

[김순덕 칼럼]‘검사 위에 여사’ 나라, 부끄럽다

동아일보  2024. 5. 22. 23:21 “내가 권력 잡으면 검찰이 알아서…” 하더니 5공 때 ‘육사 위에 여사’ 같다… 야권 조롱 관저 정치·비선 논란 왜 끊이질 않나 국민 마음 읽는 대통령으로 돌아오시라 특검, 공수처, 검찰의 철저한 수사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가 난무해도 대부분의 평범한 시민은 평생 검찰청 한 번 안 가보고 산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선물한 책을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웠다는 주민을 소환한다는 뉴스에 내 첫 느낌은 ‘에고, 겁나겠다’였다. 그런데 다행이다. 21일 조사받은 권성희 씨는 마침 변호사였다. “범죄의 증인이나 증거를 가진 국민은 수사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가 신의 목소..

[송호근의 세사필담]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중앙일보  2024. 5. 14. 00:38 미국·일본 속전속결 반도체 굴기 느릿한 한국의 반도체 공장 설립 역사적·인류학적 땅이라 어려움 국회와 정치권이 난관 뚫어줘야 ‘미국 제조업이 다시 돌아왔다. 시러큐스가 미국의 위대한 복귀 이야기를 쓰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뉴욕주 북쪽 시골 벌판에서 이렇게 외쳤다(조선일보 4월 26일자). 괜한 소리가 아니다. 2년 전 바이든 정부가 공언한 반도체 패권 전략은 텍사스와 애리조나 오지에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막대한 보조금과 주정부의 후원을 받은 삼성과 TSMC가 첨단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D램 최강자 한국이 40년 전 반도체에 눈을 뜬 것은 요행이었을까. 우주항공, 자율주행차, 군사 장비, 그리고 AI가 반도체를 먹는 향유고래임을..

[강천석 칼럼] 부인 연줄 비서관·행정관 ‘용산’ 밖으로 내보내야

조선일보  2024. 5. 11. 00:06 국민, 가족 문제로 다시 사과하는 대통령 모습 원치 않아 대통령 일하는 곳·사는 곳은 九重宮闕 아닌 투명한 유리 어항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고 과거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방향으로 변화였다. 답변하는 태도나 사용한 단어가 다듬어졌기 때문인 듯했다. 어쩌면 기대를 너무 낮게 잡은 데서 비롯된 착시(錯視)효과인지도 모른다.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는 내 느낌은 심증(心證)뿐이었다. 몇 사람에게 전화를 돌렸다. ‘회견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100점 만점으로 하면 몇 점을 주겠는지’ ‘그런 점수를 매긴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극단적 점수를 준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은 제외했다. 한쪽은 80점 다른 한쪽은 30점을 줬다. ..

[진중권 칼럼] 복화술사의 인형들

중앙일보 2024. 4. 18. 00:40 총선 참패의 최대 원인은 대통령 그런데도 여당선 변명·남탓 행태 대통령 속내 대변하는 인형인가 젊은 정치인에게 희망 걸 수밖에 크게 패했으면 일단 반성부터 해야 하는데 아직 정신들 못 차린 것 같다. 집권 여당이 총선에 패하는 것 자체가 드문 일지만, 그것도 이렇게 압도적인 차이로 패한 적이 일찍이 있었던가? 그런데도 그 당에서 들려오는 소리라곤 ‘변명’이나 ‘남 탓’뿐이다. 친윤계의 변명부터 들어 보자.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박수영 의원의 말이다. “참패는 했지만 4년 전보다 의석은 5석이 늘었고 득표율 격차는 5.4%로 줄었다. 뚜벅뚜벅 전략, 가랑비 전략으로 3%만 가져오면 대선에 이긴다.” 아예 현실을 부정하기로 한 모양이다. 4년 전 선거는 ‘K 방역’..

윤석열, 이-조 악재 기대지 말고 결단하라 [정기수 칼럼]

데일리안 2024. 4. 1. 05:05 의료 대란 푸는 화룡점정으로 나라 구해야 추억의 명구, ‘작전상 후퇴’는 이런 때 하는 것 민주-조국 후보들 범죄 변호, 투기, 사기는 본색 30+22+11=63억에 뒤엎어지는 막판 전세 윤석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냥 답답할 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들의 악재가 쏟아지니 대패는 면할 수 있겠다고 안도하고 있는가? 호주 대사 이종섭 면직은 귀국시킬 때 했어야 했다. 의료 사태 해결도 같은 잘못을 하면 큰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작전상 후퇴’라는 추억의 명구는 이런 때 써야 한다. 답안은 간단하다. 알렉산더의 매듭 자르기, 산더미 같은 짐을 일거에 내려놓아 버리는 것이다. 국민 아무도 그 문제가 그렇게도 화급하고 중요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환..

[선우정 칼럼] 명동, 한국의 쓸쓸한 자화상

조선일보 2017. 3. 22. 03:13 수정 2017. 3. 22. 07:47 다큐멘타리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 27일만에 100만 관중을 넘어 섰다. 외눈박이로 역사를 왜곡한 백년전쟁을 조목조목 역사적 진실로 반박해 국민적 감동을 불러온 것이다. 이에 '[선우정 칼럼] 명동, 한국의 쓸쓸한 자화상(2017. 3. 22)'에서 언급한 "한·미 동맹은 공기처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마구 다룬다. 미국이 이런 한국을 변함없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다수는 그런 세력을 응원하고 있다. 세상은 동쪽으로 달리는데 한국만 서쪽으로 달린다. "라는 구절이 떠올라 그 칼럼을 재 소환했다. -블로그 운영자 중국을 잡으려다 정체성을 잃었다 중국이 빠져나간 뒤 중국말 呼客 소리만 처량하게 들린다 지금 한국이 ..

[김순덕 칼럼]민주주의 석학 임혁백은 왜 ‘이재명의 망나니’가 됐나

동아일보 2024. 2. 28. 23:51 수정 2024. 2. 29. 10:38 이재명 위해 증오발언 공천기준 삭제 총선 실패해도 대선 승리하면 성공 “私人정당화가 한국 정당의 큰 문제” 불명예 공관위원장 자리 물러나시라 ‘문재인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노무현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것이다.’ 임혁백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이 고려대 교수 시절인 2012년 11월 동아일보 ‘동아광장’에 쓴 칼럼 중 한 대목이다.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 여당 후보의 패배는 민주당 대참패일 뿐 아니라 노무현 통치에 대한 총체적인 국민적 부정이었다고 임혁백은 썼다. 그럼에도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후보는 노 정부 유산 계승을 선거구호로 내세웠고 캠프는 ‘노빠’로 가득하니 선택은 국민 몫이라는 ..

[김순덕의 도발] 이승만, 러시아-공산 전체주의 본질 꿰뚫은 위대한 정치가

동아일보 2024. 2. 24. 10:00 설 연휴 온 식구가 ‘건국전쟁’을 봤다. 극장이 만원이어서 뿔뿔이 떨어져 앉아야 했다. 덕분에 각자 눈치보지 않고 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다. 기자인 나는 습관처럼 메모를 했고 젊은 내 딸은 눈물 훔치는 옆 사람을 구경했다고 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 관객들이 일어나 나오면서 박수를 쳤다. 이쯤 되면 기립박수다. 다큐멘터리와 일반 영화의 차이는 팩트냐 아니냐다. 기사는 사실을 쓰고 소설은 아니다(칼럼은 의견을 쓴다^^). 이승만 칼럼을 쓸 때마다 달리는 댓글이 주로 ‘이승만은 6·25전쟁이 터지자 한강다리를 끊고 도망간 나쁜 대통령’이라는 것이었다. 수많은 피난민을 한강에 빠져 죽게 만들고는 “서울시민 여러분, 안심하고 서울을 지켜주십시오” 국민 속이는 방송까..

[송호근의 세사필담] 강남스타일!

중앙일보 2024. 2. 20. 00:42 고종도 이승만도 독고다이 기질 독선의 유혹은 파산 아니면 감옥 석열스타일 유효기간 지났는데 반전 없는 용산으론 역전 난망해 ‘인생은 독고다이(특공대)!’. 국민 스타 이효리가 모교 졸업식에서 작정하고 한 말이다. 굳건히 견디고 자신을 믿으라는 충고다. 얼마나 험한 가시밭이었으면 이런 내심을 비췄을까. 자기 스타일을 고집해야 하는 예인(藝人)에게는 약인데, 독선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정치가에게는 독(毒)이다. 요즘 인기몰이 중인 ‘건국전쟁’의 주인공 이승만도 그랬다. 패권국 미국과 감히 담판을 해내는 약소국 지도자가 누가 있었을까. 단정 수립 아니면 북한 정권에 먹혔을 가능성이 컸다. 토지개혁은 더러 알려졌지만, 이승만이 밀어붙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생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