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여적]다모클레스의 칼

바람아님 2015. 9. 5. 10:25
경향신문 2015-9-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항일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세계는 평화롭지 않고 전쟁의 ‘다모클레스의 칼’이 인류의 머리 위에 드리워져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일본의 최근 재무장이 전 세계를 다시 일촉즉발의 전쟁의 위험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기 위해 이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모클레스 칼은 그 기원을 보면 원래 전쟁보다는 권력의 무상함과 위험을 강조한 데서 유래했다.

다모클레스는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섬 시라쿠사의 왕인 디오니시우스의 심복이다. 온갖 아첨으로 왕의 신임을 사고자 했던 다모클레스는 어느 날 왕으로부터 “자네가 늘 부러워하던 왕좌에 앉아 보겠나”하는 솔깃한 제의를 받는다. 다모클레스는 왕의 각별한 배려에 눈물을 흘리며 하루 동안 왕좌에 앉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감격은 곧바로 공포로 변했다. 왕의 자리에 앉아 천장을 올려다보니 머리 바로 위에 한 올의 말총으로 붙들어 맨 예리한 칼이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다모클레스 일화는 로마의 명연설가 키케로가 사용하면서 더 유명해졌고 서양에서는 위태로운 상황을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1961년 미국 대통령 케네디도 유엔연설 중에 핵전쟁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해 이 고사를 인용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쿠바위기가 일어나 미·소 간 냉전이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으면서 다모클레스 칼은 전쟁의 위험을 강조하는 말로 굳어졌다. 하지만 시 주석 의도와 달리 3일 톈안먼 광장 앞에서 첨단군사장비와 군인 1만2000명의 행진 등으로 이뤄진 열병식을 지켜본 세계인들은 전쟁 위험을 단지 어느 한 국가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점을 직감했을 것이다.


니체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민족은 그들의 머리 위에 신앙을 매달아 놓지만 (국가는)사람들의 머리 위에 칼과 100가지의 욕망을 매달아 놓는다”고 했다. 시 주석은 일본을 전쟁 국가로, 중국을 평화수호 국가로 보이고 싶어했는지 모르지만 무릇 모든 국가는 ‘폭력’의 유혹에 노출돼 있단 점에서 다를 바가 없다. 니체는 말했다. “국가는 선악에 대해 모든 말을 써서 거짓말을 한다. 국가가 무슨 말을 하든 그것은 거짓말이다.”


<강진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