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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49] Do what must be done

바람아님 2019. 12. 7. 17:02

(조선일보 2019.12.07 이미도 외화 번역가)


'정치인에게 도시의 열쇠 꾸러미를 맡기려거든 자물쇠를 바꿔라. 그럼 도시가 더 안전해질 수도 있다

(Instead of giving a politician the keys to the city, it might be better to change the locks).'

미국 저널리스트 더그 라슨의 촌철살인 은유입니다.

스티븐 달드리가 감독한 '트래쉬(Trash·사진)'의 무대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정치인 산토스가 열쇠 꾸러미를 넘봅니다.

그의 꿈은 차기 시장이 돼 올림픽 개최를 성공시키는 것. 문제는 그 꿈이 밑동부터 부패해 있다는 점.

그의 오른팔은 정치 비자금 관리자 호세, 왼팔은 현직 경찰관인데요, 호세가 생매장됩니다.

'도시의 자물쇠'를 바꿔보려 하다가 들킨 겁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한편 빈민굴 소년 삼총사가 쓰레기 하치장에서 의문의 지갑을 발견합니다.

내용물은 숫자가 적힌 호세의 가족사진과 기차역 사물함 열쇠, 그리고 복권.

소년들의 수수께끼 풀기 모험과 지갑을 뺏으려는 경찰관의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아이들이 사물함에서 편지를 발견합니다.

수신인은 옥에 갇힌 사회운동가, 발신인은 그의 조카 호세입니다.


'과업을 꼭 마저 완수해주세요(Do what must be done).' 숙부에게 쓴 호세의 당부입니다.

'과업'은 부패한 정치인 산토스의 죄를 세상에 알려 처벌받게 하는 것.

이 과업을 위해 비밀리에 활동하던 중 호세가 악질 경찰관에게 암살된 겁니다.

사망 직전 그가 쓰레기차에 감춘 지갑을 옥중에서 전해 받자 사회운동가는 삼총사에게 성경을 선물합니다.

그것으로 수수께끼를 풀어 비자금 장부가 있는 델 알아낸 아이들도 호세처럼 암살의 표적이 됩니다.


'틱스(ticks)'는 '흡혈 기생충들'입니다.

닮은꼴인 'tics'와 '다수(多數)'란 뜻인 'poly'가 붙으면 '정치(politics)'가 됩니다.

산토스에게 붙어먹은 자들이 박멸될까요?

마틴 루서 킹이 말했지요.

'어떤 불의든 묵과하면 모든 정의가 위험해진다(Injustice anywhere is a threat to justice everywhere).'

소년들을 보호해온 신부님이 장부를 만천하에 공개할 묘수를 찾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