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만물상] 中 지도층 재산 도피

바람아님 2014. 1. 24. 09:37

(출처-조선일보 2014.01.24 지해범 논설위원·동북아시아연구소장)


2007년 베이징 다이아몬드 전시회에 원자바오 총리 부인 장페이리가 나타났다. 중국보석협회 부주석을 지낸 장은 대만 부스에서 전시품을 칭찬했다. 흥분한 보석상은 대만 방송에 "장 여사가 걸치고 있는 보석이 3억2000만원어치"라고 떠벌렸다. 이 뉴스는 중국 당국 통제로 국내엔 보도되지 않았지만 금세 소문이 퍼졌다. 원자바오의 '서민 총리' 이미지는 총리 봉급 50년치를 몸에 감은 부인 탓에 망가졌고 부정 축재설까지 돌았다.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가 1990년대 말 벤처회사 통팡웨이스(同方威視)를 세웠다. 이 회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공항 검색대 스캐너를 개발하자마자 147개 국내 공항에 납품하는 계약을 따내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특혜에 가까운 계약은 후진타오 당시 주석의 아들이자 이 회사 총재 후하이펑 덕분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만물상] 中 지도층 재산 도피
▶중국 부패는 지위 높고 낮음을 가리지 않는다. '파리'라고 부르는 하위직 공무원은 세금 부과, 토지 매각, 인프라 개발, 정부 조달 과정에서 권한을 이용해 돈을 긁어모은다. '호랑이'로 불리는 거물들은 대형 프로젝트를 성사시켜주고 거액을 챙긴다. 중국인들은 이를 '권전교역(權錢交易)'이라고 비아냥한다. '권력과 돈을 맞바꾼다'는 뜻이다. 2년 전 미국 영화사 드림웍스가 낸 상하이 스튜디오 건설 계획엔 장쩌민 전 주석의 아들 장몐헝의 투자회사도 있었다. 큰 돈벌이 뒤엔 으레 당 간부 가족 '태자당'이 있다.

▶당 정치국 상무위원급 최고위층의 부정 축재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둘이다. 우선 당 중앙기율검사위가 이들을 조사하려면 상무위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우융캉처럼 내란 혐의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곤 상무위원끼리 서로 목에 칼을 겨누는 일은 좀처럼 없다. 또 하나는 국내 법망에 걸리지 않도록 해외에서 돈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보시라이에게 뇌물을 준 다롄 기업인은 오랫동안 보의 아들 해외 유학비를 댔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중국 최고위층 친·인척들이 조세 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세워 1000조~4000조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단에는 시진핑 주석의 매형, 후진타오 사촌, 덩샤오핑 사위, 리펑·원자바오 딸과 아들이 포함됐다. 사실이라면 중국 권력 핵심부가 몽땅 썩었다는 얘기다. 누구보다 부패 척결과 개혁으로 '중국의 꿈'을 이루겠다던 시진핑의 장담이 무색해졌다. 그가 거리에서 줄을 서 사먹었던 3700원짜리 '시진핑 만두'도 차갑게 식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