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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광장에서 거행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

바람아님 2014. 3. 20. 11:26
    잘 아시다시피 천안문 광장은 중국의 얼굴입니다. 붉은 색의 거대한 성문에 마오쩌둥 주석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 한눈에 '저곳이 중국이구나'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 정부의 천안문 광장 관리는 유별납니다.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거리는데 그 가운데 상당수는 사복 경찰입니다. 사람들 사이 사이에 섞여 사방을 감시합니다. 얼마나 철저하게 살피는지 시험해보고 싶다면 천안문 광장 한가운데서 하늘로 주먹을 휘두르며 무슨 말이라도 외쳐보십시요. '중국 만세'나 '시진핑 주석 최고'라도 상관 없습니다. 수많은 경찰들이 깔리는데 단 5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뭔가 수상하거나 평범하지 않은 행동을 하면 벼락 같이 달려듭니다.

천안문 광장에서는 중국 정부의 공식 행사가 아닌 이상 사람이 모이는 어떤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는 천안문에서 군중이 단체행동을 하는 것 자체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럴만도 합니다. 천안문에 사람이 모여 좋은 경우가 없었습니다. 문화대혁명도 그렇고, 천안문 사태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천안문 광장에서 개별 서민이 행사를 갖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난 15일 천안문 광장의 대형 국기 아래에서 좀처러 보기 힘든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검은 색 가죽 외투를 입은 신랑과 간단하나마 결혼식을 올린 것입니다. 손님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 수백명이었습니다. 이들의 결혼식이 거행되는 동안 수많은 사람이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박수와 환호 소리가 넓은 광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무장경찰과 사복 경찰들은 이들을 막기는 커녕 오히려 주변을 정리하고 질서를 잡아줬습니다.

신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신랑 역시 감격에 겨운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우 수척한 모습입니다. 체중이 55킬로그램에 불과했고 병색이 완연했습니다. 머리는 거의 빠지고 없습니다. 신랑이 혈액암인 백혈병 말기 환자여서입니다. 골수이식 수술을 하루 앞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슨 사연으로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결혼식을 올리게 됐을까요?

신랑인 안닝은 원래 랴오닝성 판진시의 한 회사에 다니던 건강한 청년이었습니다. 2011년 간호학교를 막 졸업하고 간호사로 근무하던 순쥐와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둘은 급격히 가까워졌고 2012년 초에 결혼을 약속하고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행복에 짙은 먹구름이 끼였습니다. 안닝이 갑자기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졌습니다. 선양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장중첩증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18일 동안 응급실 신세를 지고서야 겨우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3개월만에 퇴원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최종 진단 결과 급성 백혈병이었습니다.

장중첩증 수술을 받느라 안닝과 순쥐는 결혼 준비를 위해 모았던 돈을 다 써버렸습니다. 백혈병과 싸우기 위해 순쥐는 사방으로 돈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얻고, 빌려서 1백만 위안, 우리 돈 1억7천만원을 마련해 치료비로 썼습니다. 그런데도 남자친구 안닝의 병세는 호전될 줄 몰랐습니다. 주변에서 순쥐에게 안닝과 헤어지라고 권했습니다. 수렁에 함께 빠져들 수 없지 않냐고. 하지만 순쥐는 머리를 가로저었습니다. "지금 나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어떻게 떠날 수 있겠니? 아무리 힘들어도 굽히지 않을거야." 오히려 간호사 일까지 그만 두고 남자친구 간호에 매달렸습니다. 이런 순쥐의 태도에 응급실 의료진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예 순쥐를 응급실에 상주시키며 안닝을 돌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순쥐에게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선 순쥐 부모님이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딸이 생명이 위태로운 남자 친구의 간호에 인생을 거는데 동의할 부모가 많겠습니까. 하지만 순쥐는 부모를 끝까지 설득했습니다. 건강이 나빠졌다고 신의와 약속을 저버릴 수 있냐고. 부모님이라면 상대방이 아프다고 떠나겠냐고.

순쥐가 한창 항암치료를 받는 안닝을 돌보고 있을 때 판진시 제1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순쥐의 우수한 간호학교 성적을 알고 채용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내 대형 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간호사로서 대단한 기회였습니다. 경력에 탄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순쥐는 그마저도 거절했습니다. 남자 친구를 간호하느라 직장을 다니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직 젊으니까요. 안닝씨가 다 낫고 난 뒤에 간호사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 위기는 남자친구 안닝에게서 비롯됐습니다. 항암치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특히 골수를 채취할 때의 고통은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안닝은 너무 힘들어 순쥐에게까지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졌습니다. 자신 때문에 순쥐가 인생의 계획을 포기하는 모습에 미안하고 면목 없어 헤어지자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치료를 몇번이나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때마다 순쥐는 안닝을 감싸안았습니다. 안닝의 항암치료를 간호하느라 아무리 피곤해도 웨이신에 그날그날의 치료과정과 상태, 결과를 상세히 올렸습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진 점을 기록하고 희망과 기대를 적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순쥐 웨이신에 감동을 받고 격려와 응원의 글을 남겼습니다. 안닝이 고통에 겨워 포기하려고 할 때 이 웨이신 기록을 보여줬습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안닝과 순쥐를 마음으로 돕고 있는지 보여줬습니다.

순쥐의 글은 안닝에게 다시 힘과 용기를 되찾게 해준 것 이외의 영향도 가져왔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에 감동한 많은 사람이 십시일반으로 안닝의 치료비를 보탰습니다. 그렇게 30만 위안, 5천2백만원 넘게 모였습니다. 그 돈으로 안닝은 베이징의 전문 병원에서 어머니의 골수를 이식 받는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드디어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움은 여전히 많습니다. 어머니는 유전형이 반만 일치하기 때문에 골수이식 수술의 성공 확률도 60%쯤이었습니다. 설사 성공해도 '면역 거부 반응' 등 어려운 난관을 극복해야 했습니다. 수술후 치료비 10만 위안도 난감했습니다.

순쥐는 이식 수술 전에 안닝과 결혼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안닝에게 삶에 대한 애착과 수술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큰 어려움도 함께 헤쳐나가겠다는 굳은 각오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순쥐의 이런 뜻이 고향 판진시에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판진시의 가장 큰 웨딩 업체가 이들의 결혼을 무료로 돕겠다고 나섰습니다. 자신들이 갖고 있던 가장 비싸고 좋은 웨딩 드레스를 순쥐에게 무료로 빌려줬습니다. 또 업체 대표는 자기 부부의 결혼 반지를 선물로 내놨습니다. "비록 새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결혼의 징표로 목숨보다 소중히 여겨온 물건입니다. 그런 우리의 사랑이 이들 부부에게 힘이 될 것입니다." 이 업체는 웨딩 드레스와 부케, 결혼 반지를 들고 1천 킬로미터 넘게 달려왔습니다. 결혼식 도우미 10명도 함께 왔습니다.

사정을 안 천안문 광장 관리소와 경비대도 이들의 행사를 특별히 허락해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아름다운 결혼식은 이렇게 성사됐습니다.

얼마전 중국에서 노골적이 되는 사랑의 상업화에 대해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돈이 많은 남성과 맞선을 보기 위해 미스코리아 대회 심사를 받듯 자신의 모든 것을 내보이는 여성들의 모습은 씁쓸함을 던져줬습니다. 몸의 구석구석까지 치수를 재는 것은 물론, 심리 상담과 건강 검진은 물론이고 심지어 사주관상과 운세까지 봐야 했습니다. 춤과 노래, 외국어 등 장기 자랑도 벌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상품 판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지원 여성들은 당당하게 말합니다. "돈이 많은게 뭐가 나쁘죠? 당신은 돈이 싫어요?" 딸을 데리고 온 어머니는 이런 말까지 합니다. "돈만 많다면 남성에게 전처의 자녀가 있어도 상관 없습니다. 내가 키워줄 수도 있어요." 재력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막혀 사랑이라는 감정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중국 TV의 한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성은 매력적이지만 재산이 많지 않은 남성 출연자의 프로포즈를 거절하면서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자전거 뒷자리에서 행복하게 웃기보다 차라리 벤츠 뒷자리에서 울기를 바랍니다."

이런 세상에서 순쥐의 사랑은 오히려 비정상처럼 보입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하고 저조차 부끄럽게도 '사실일까?', '모금을 위한 쇼는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돈의 신 맘몬에게 오염돼 있습니다.

그래도 순쥐와 같은 순수한 사랑이 남아있기에 희망을 갖습니다. 일체의 타산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는 이들의 사랑을 보면서 우리 마음은 조금 깨끗해집니다. 세상에 사랑이 원래 모습 그대로 빛나고 있음을 목격하며 가슴이 따뜻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