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일사일언 - 고마워요, 톨레랑스

바람아님 2014. 7. 8. 08:36

(출처-조선일보 2014.07.08 문유석 판사·'판사유감' 저자)


[일사일언] 고마워요, 톨레랑스친한 벗인 공형진, 황정민 두 배우와 함께 북토크
행사를 가졌다. 판사와 배우, 두 직업의 공통점은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고통받는 삶을.

'파이란'의 공형진은 포르노를 파는 밑바닥 
양아치고 위장 결혼 후 취업하는 장백지의 
브로커다. 
'너는 내 운명'의 황정민은 에이즈 환자인 여인을
사랑하는 농촌 총각이다. 
두 배우의 명연기는 리얼하지만, 현실은 그 어떤 
영화보다 더 엄혹하다. 법정에서 만나는 이주 
노동자, 베트남 며느리의 삶은 팍팍하다. 
장백지처럼 뽀얀 얼굴 긴 생머리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 동화적인 삶이 아니다.

'너는 내 운명'의 바탕이 된 실제 사건에서 
인신매매와 카드빚 때문에 매춘을 하다가 
HIV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인을 언론은 '성(性)을 
위해 살아왔던 여인'이라고 매도하며 거주 마을을
공개했다. 
윤락업소에 한 번이라도 갔던 남성들은 에이즈 
전염으로 몰살당할까 봐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HIV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하여 모두 에이즈 증세가 
발병하는 것은 아니며 에이즈는 이제 의학적으로 
통제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본다. 
1회 성관계로 감염될 확률은 1% 미만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처럼 무지는 공포와 편견을 낳는다. 
타인에 대한 무지, 특히 소수자에 대한 무지는 배제를 낳는다. 
필자는 2001년에 트렌스젠더의 법적 성별 변경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문을 발표하고 관련 입법 공청회에서 발표한 적이 있다. 
다수자에게는 그저 불편함이지만 소수자에게는 생존의 문제라고 주장해도 그 '불편함'의 벽은 높았다. 
'다름'은 물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가능한 한 참아주는 것, 그것이 톨레랑스[프랑스어: Tolérance=관용(寬容)]다. 
차이에 대한 용인이다. 
우리 평범한 인간들이 어찌 이웃을 사랑하기까지 하겠는가. 
그저 큰 피해 없으면 참아주기라도 하자는 것이다.

강연을 마친 후 한 여대생이 다가와 펜을 내밀며 수줍게 '톨레랑스'라고 써 달라고 했다. 기억하고 싶다며. 고마웠다. 
스타를 보러 왔을지도 모를 그 친구가 생소한 타인의 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