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추석

바람아님 2014. 9. 2. 09:58

(출처-조선일보 2012.09.28 이준관·아동문학가)


   추석


   성묘를 간다
   가시나무 많은 산을
   꽃 차림 하고 줄지어 오르고 있다

   맨 앞엔 할아버지가
   그 뒤엔 아버지가 가며
   굵은 가시나무 가지라면 젖혀 주고
   잔가지라면 부러뜨려 주고……

   어린 자손들은 마음 놓고
   산열매도 따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흐르고
   그렇게 정이 흐른다

   산 위에 동그랗게 꽃 줄을 내는 일가족
   오늘밤엔 꼭 요 모양인
   달이 뜨겠다
                           ―성명진(1966~ )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추석 대목장에 고추랑 깨랑 내다 팔아 옷도 사 오고 신발도 사 오면 왜 그리 좋았던지. 
새 신발을 머리맡에 놓아두고 잠이 들던 기억이 새롭다. 
햅쌀 가루로 반죽을 해서 깨·콩·팥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송편을 빚었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빚던 송편은 솔잎을 뿌려 쪄서 그윽한 달빛 같은 솔향기가 났다.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나면 어른들을 앞세우고 추석 빔을 곱게 차려입고 성묘를 갔다. 
산열매도 따서 먹고 조상님들 이야기도 들으며 성묘를 가면 도란도란 정(情)이 흘렀다. 
그런 밤에 산 위에는 동그랗게 꽃 줄을 내며 가던 가족 모양의 달이 떠올랐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모든 근심을 다 띄워 보내던, 
그리고 보름달처럼 둥근 원을 그리며 흥겹게 강강술래를 하던 추석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사는 일이 한가위만 같으면 얼마나 좋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