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시조] 일곱 빛깔

바람아님 2014. 9. 12. 09:19

(출처-조선일보  2014.09.12 정수자 시조시인)


곱 빛깔


어머니는 혼신을 다해 그릇을 만드셨다

그중 하나는 별이 되어 우리를 지켜주고

나머지 여섯 그릇은

덧칠을 하고 있다


금이 간 그릇은 자꾸 눈물을 쏟고

잘 닦인 그릇은 반짝, 주위를 밝혀준다

명절엔 제 빛으로 서로

벌어진 틈을 메운다


―김선화(1959~ )

[가슴으로 읽는 시조] 일곱 빛깔

/이철원


예전 명절은 남녀노소 모두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었을까. 
온갖 과일과 곡식이 잘 익어 좋은 사람들과 즐기는 것은 더없는 축복이다. 
그런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던 덕담이 무색하게 명절에 더 힘든 사람이 많다. 
부모 형제 편안한 집보다 고향에 갈 수 없는 청춘이나 '홀로 추석' 사정이 느는 것이다. 
명절에나 만나는데 그간의 봉합이 터져 울근불근하는 형제도 많다. 
'명절날 형제를 잃다'(박현수)라는 시처럼―.

그래도 몇 발 물러나 생각하면 우린 모두 어머니가 '혼신을 다해' 만드신 그릇. 
더러 먼저 가거나 깨지거나 했어도 명절이면 모여 어렵던 시절의 추억이며 사람살이 애환을 
나눠야 더불어 살아가는 힘도 얻는다. 
이제라도 '제 빛으로 서로 / 벌어진 틈을 메운다'면 
'자꾸 눈물을 쏟'는 '금이 간 그릇'도 다시 빛을 찾지 않을까. 
반짝, 서로 새로 비추도록.


<<<<<<<< 게시자 주석 '명절날 형제를 잃다'(박현수) >>>>>>>>

명절날 형제를 잃다 /  박현수 

 

이번 한가위에도 형제들은 싸웠다

막내는 이번에도 오지 않았다

동네 호프집 구석 자리에 몇 차례 술이 돌자

서운함은 아무 말이나 불러 들였다

무슨 개소리야 엄마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세째 형이 둘째 형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화장실까지 따라가서

둘째 형은 세째 형의 멱살을 흔들었다

큰 형이 둘째 형을 달래는 사이

나는 세째 형에게

먼저 욕한 것은 아무래도 잘못이라 나무랐다

나와 가장 친하다고 믿는

세째 형의 얼굴엔 서운한 빛이 역력했다

둘째 형과 세째 형이 화해하는 사이

큰 형은,나와 막내도 말 한 마디 때문에

말도 안되는 싸움을 시작하였노라고

상기시켰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정체 속에

내 앞에서만 끼어드는 차들을 속수무책으로 보기만 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지 않으면 성공이라 생각해본다

매번 사면이 반복되는, 형제라는 긴 형벌을 생각해본다

상처를 덧나게만 하는 어설픈 화해를 하고

이번 명절에도 나는 형제를 모두 잃고 내려왔다 


[문학의 오늘] 2011, 겨울-창간호








**박현수 시인


경북 봉화 출생

1992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등단

시집『우울한 시대의 사랑에게』

『위험한 독서』

평론집『황금책갈피』

경북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출처]명절날, 형제를 잃다/ 박현수              작성자 아침못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