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을

바람아님 2014. 9. 13. 09:25

(출처-조선일보 2014.09.13 이준관 아동문학가)



[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을

/김현지

가을

비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따가운 햇살도 잘 견디더니
연둣빛 사과
빨갛게 익어
단물이 들었다.

조금만 책이 넘어가도 툭 밀치고
조그만 말실수에도 톡 쏘던
새 학년 처음 만난 내 짝
싸우면서도 정이 들어
단짝이 되었다.

―박선미(1961~ )



몇 차례 폭우와 폭염이 지나가고 나면 하늘이 높고 푸르러지면서 가을은 온다. 
가을이 대견스러운 것은 여름의 따가운 햇살과 쏟아붓는 빗발과 태풍을 견뎌내고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여름이 초록색이라면 가을은 빨간색이다. 
땡볕에 익은 농부의 얼굴처럼 사과도 감도 빨간색으로 익어가고 '단물'이 들어간다.

가을은 모두가 성숙해지는 계절이다. 
여름 내내 천방지축 방방 뛰던 아이들도 의젓하게 철이 들고 생각이 깊어간다. 
새 학년 처음 만나 걸핏하면 '툭 밀치고 톡 쏘며' 다투던 짝과도 정이 든다. 
밤송이 속에서 머리를 맞대고 익어가는 쌍둥이 알밤처럼 알콩달콩 '단짝'이 된다. 
가을은 결실을 보고 한껏 성숙해지는 계절이다. 
모두들 사과처럼 단물이 들고 정이 깊어지는 가을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