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귀뚜라미와 나와

바람아님 2014. 9. 20. 10:46

(출처-조선일보 2014.09.20 이준관 | 아동문학가)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일러스트


귀뚜라미와 나와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윤동주(1917~1945)


가장 사랑을 받는 민족시인 윤동주는 

순수한 동시를 쓴 동시인 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말기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순수한
동심을 잃지 않고 동시를 썼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동심을 노래하고 아이의 천진한 

모습을 동시에 담았다. 

그가 남긴 동시는 지금도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이 동시는 달 밝은 밤에 귀뚜라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심을 노래하고 있다. 

외로워서일까, 쓸쓸해서일까. 

우리는 가을이면 누군가와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달 밝은 밤이라면 더욱 그러할 터. 

그러기에 이 동시 속 아이도 귀뚜라미와 이야기를 한다.


어디 이 아이뿐이겠는가. 

우리 또한 밤새워 우는 귀뚜라미와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아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터. 

이 가을엔 동심으로 돌아가 달 밝은 밤에 

귀뚜라미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