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詩와 文學

[가슴으로 읽는 동시] 기찻길 옆 코스모스

바람아님 2014. 10. 4. 09:56

(출처-조선일보 2014.10.04 이준관 아동문학가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일러스트


기찻길 옆 코스모스


기차 떠나가고
기적 소리에
바람 부는 언덕
꽃술은
가을 햇살에 영글어간다

전학 가던 날
석이 서 있던 그 자리에
하얀 코스모스
까치발 딛고 서서
흰 구름 걷어 낸
파란 하늘 받쳐 들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목이 길었다


―임원재(1933~ )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은 파란 하늘을 향해 발돋움하며 

피어 있는 코스모스일 것이다. 

그 코스모스와 잘 어울리는 곳은 시골 기차 정거장. 

기차 정거장에는 으레 기찻길을 따라 코스모스가 피어 있어서 

기차가 지날 때면 아이들처럼 손을 흔들곤 한다. 

기적 소리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는 아련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이 동시를 읽으면 '전학 가던 날 석이 서 있던 그 자리'에 피어 

한들거리는 기차 정거장의 하얀 코스모스가 떠오른다.

 '까치발 딛고 서서 기다리다 목이 길어진 코스모스'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가을엔 모두 목이 길어지는 것 같다. 

코스모스가 그렇고, 들녘의 수수도 그렇다. 

아련한 그리움으로 까치발 딛고 서서 파란 하늘 받쳐 들고 

목이 길어지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 아닐까.


내 사진 : 2013/06/14 17:47,  서울푸른수목원 옆 기찻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