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1246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8] 희한한 패션의 이유 "벼슬 높아도 욕심 낮춰"

(출처-조선일보 2012.04.29 손철주 미술평론가) '강세황 자화상'… 비단에 채색, 88.7×51㎝, 1782년, 개인 소장. 점잖은 이분, 차림새가 우습다. 붉은 띠를 드리운 옥색 도포는 편히 나다닐 때 입는 옷이다. 머리에 얹은 모자는 높다랗다. 오사모(烏紗帽)인데, 벼슬하는 이가 입궐(入闕)할 때 쓰는..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51] 맵시있게 차려 입고 무슨 책 읽고 있을까

(출처-조선일보 2013.06 손철주 미술평론가) 문방(文房)에 네 벗이 있어도 조선시대 여자에게 붓과 벼루는 멀었다. 바늘과 실이 오로지 가까웠다. 부덕(婦德)은 바느질하고 누에 치고 길쌈하는 나날에서 길렀을 뿐, 독서와 학문은 본디 여자의 몫이 아니었다. 글을 깨쳐도 한문 아닌 한글이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7] 그림이 나를 쏘아본다… "이 자리서 결판내자"

‘윤두서 자화상’… 종이에 담채, 38.5×20.5㎝, 18세기, 개인 소장.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1668~ 1715)'라고 하면 긴가민가하다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도 이 그림을 들이밀면 "아, 그 사람" 한다. 공재는 얼굴이 명함이다. 실은 얼굴값만 한 게 아니라 집안도 만만찮다. 증조부가 '어부사..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6] '소동파 코스튬' 갖춘 秋史, 비극을 뛰어넘었네

오른쪽에 제목이 있다. '완당 선생이 하늘이 닿은 바다에서 삿갓을 쓴 모습(阮堂先生海天一笠像)'. '완당'은 조선 말기 학자이자 서예가인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호다. '하늘이 닿은 바다'는 어딜까. 그가 귀양살이한 제주도다. 탱자나무 가시 울타리에서 8년을 견딘 그다. '허소치가 ..

[손철주의 옛 그림 옛사람] [5] 신라 大학자는 왜 신발 벗은 채 히죽 웃었나

최치원(崔致遠·857~?)은 무엇보다 문장가다. 10년 넘게 당나라에서 벼슬살이하며 남부럽잖게 행세한 것도 문재(文才)가 밑천이 된 까닭이다. 황소(黃巢)의 난을 진압한 그의 격문(檄文)은 모르는 이가 없다. 칼로 목을 치기는 쉬워도 글로 마음을 꺾기는 어렵다. 그는 또 통일신라에서 드문..

[손철주의 옛 그림 옛 사람] [4] 범상치 않은 조선 여인 초상화, 누구일까?

조선시대 초상화에서 여자 주인공은 숫자로 따져 초라하다. 사대부 집안 여인이나 여염집 아내, 그리고 기생까지 포함해 알려진 작품 수가 10점이 안 된다. 왕실도 다르지 않다. 조선 초기에 왕비 초상이 그려진 사실이 있지만 임란 이후는 그런 기록조차 없다. 왕후의 초상을 그리느냐 마..

[손철주의 옛 그림 옛 사람] [2] '패셔니스타' 대원군, 칼집에서 칼 빼다

초상화를 그릴 때마다 그는 뻔질나게 옷을 갈아입었다. 눈부신 예복과 당당한 관복, 그리고 깔끔한 평상복 두어 벌…. 매무새는 지금껏 남은 그림들에 고스란하다. 몸에 딱 맞는 의관(衣冠)이 하나같이 귀티 난다. '구한말의 패셔니스타'로 불러도 손색없을 그가 누군가 하니, 흥선대원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