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1246

그림은 그린 이의 마음인가[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동아일보 2021. 10. 25. 03:03 실감나는 그림을 보다 한국 사람이라면 대개 신라 화가 솔거의 일화에 대해 들어보았을 것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老松圖)는 너무 진짜 같아서 까마귀, 솔개, 제비, 참새 같은 새들이 날아와 벽에 부딪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 화가 솔거보다는 머리를 벽에 쿵! 부딪힌 새를 생각한다.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달려갔는데, 아파트 벽화에 머리를 찧은 것 같달까. 벽에 부딪힌 새들이 비틀거리며 떨어져 내렸다(??而落)고 전하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부끄러워서 수치사(羞恥死)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일화는 서양에도 있다.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의 박물지(Naturalis Historia)..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9·끝] 소나무 연리목에 담은 차별없는 세상의 꿈

조선일보 2021. 10. 08. 03:05 힘차게 뻗은 소나무와 줄기를 타고 올라간 덩굴나무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정면을 응시하고 앉아있는 선비의 뒤로 비스듬히 누운 또 한 그루의 소나무가 함께 화면을 구성한다. 서얼(庶孼) 출신 문인화가 이인상(1710~1760)의 검선도(劒僊圖)다. 검선은 검술에 능한 선인(仙人), 혹은 당나라의 신선을 뜻하기도 한다. https://news.v.daum.net/v/20211008030509681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9·끝] 소나무 연리목에 담은 차별없는 세상의 꿈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9·끝] 소나무 연리목에 담은 차별없는 세상의 꿈 힘차게 뻗은 소나무와 줄기를 타고 올라간 덩굴나무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정면을 응시하고 앉..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3] 인왕산 계곡, 나무들 곁 아늑한 집

조선일보 2021. 08. 27. 03:00 조선 중기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50대 초에서 여든네 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30여 년 살던 집을 ‘인곡유거도(仁谷幽居圖)’로 그려두었다. ‘인왕산 계곡에 있는 아늑한 집’이란 뜻이다. 인왕산이 바로 건너다보이는 계곡 옆에 서향집을 짓고 겸재 자신은 서재의 문을 활짝 열어 유유자적하는 모습으로 그림 속에 들어가 있다. https://news.v.daum.net/v/20210827030026798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3] 인왕산 계곡, 나무들 곁 아늑한 집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3] 인왕산 계곡, 나무들 곁 아늑한 집 조선 중기 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50대 초에서 여든네 살..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3] 산사 열매 익는 여름, 후투티 노래 들리는 듯

조선일보 2021. 08. 20. 03:05 조선 후기의 문인 화가 심사정은 산수화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많은 그림을 남겼다. 그의 나이 52세(1758년) 때 그린 화조화 속으로 들어가 본다. 잎사귀가 독특한 나무 한 그루와 점박이 열매, 그리고 머리 모양이 특별한 새 한 마리가 금방 눈에 들어온다. 그림에는 초여름을 뜻하는 맹하(孟夏)에 그렸다는 글귀가 있지만 배경이 된 계절은 이보다 늦은 양력 8월 중하순으로 짐작된다. https://news.v.daum.net/v/20210820030535532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3] 산사 열매 익는 여름, 후투티 노래 들리는 듯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3] 산사 열매 익는 여름, 후투티 노래 들리는 듯 조선 후기의 문인 화..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2] 여름날의 짚신 삼기와 물레질

조선일보 2021. 08. 06. 03:00 기어 다니는 어린아이를 옆에 두고 근육질 사내는 짚신을 삼으며 아낙은 물레질을 하고 있다.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이었던 김득신(1754∼1822)의 ‘수하일가도(樹下一家圖)’다. 가난한 백성이 삶을 이어가는 현장을 옆에서 보는 듯 생생하다. https://news.v.daum.net/v/20210806030022217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2] 여름날의 짚신 삼기와 물레질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2] 여름날의 짚신 삼기와 물레질 기어 다니는 어린아이를 옆에 두고 근육질 사내는 짚신을 삼으며 아낙은 물레질을 하고 있다.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이었던 김득신(1754∼1822)의 ‘수하일가도(樹下一家圖)’다. 가난한 백성이 news..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1] 젊은 선비에게 잡힌 팔목, 그래도 싫지 않은 듯..

조선일보 2021. 07. 30. 03:06 혜원 신윤복(1758~?)의 ‘소년전홍(少年剪紅·소년이 붉은 꽃을 꺾다)’은 남녀 간의 사랑을 화폭에 담은 대표적인 풍속화다.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고 수줍어하는 여인은 앳된 모습이다. 긴 담뱃대를 문 젊은 선비가 팔을 약간 비틀어 잡아채고 있으나 그렇게 싫지 않다는 표정이다. 분위기와 어울리게 그림에는 ‘촘촘한 잎은 더욱 푸르고/ 무성한 가지에서 붉은 꽃이 떨어지네’라고 씌어 있다. https://news.v.daum.net/v/20210730030625990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1] 젊은 선비에게 잡힌 팔목, 그래도 싫지 않은 듯..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1] 젊은 선비에게 잡힌 팔목, 그래도 싫지 않은 듯.. 혜원 신..

[박종인의 땅의 雜事] 6.먹고 버린 소뼈가 성균관에 산을 이룬 이유에 대하여

조선일보 2021. 06. 25. 00:01 작심하고 풀어보는 한일악연 500년사⑤ 작심하고 풀어보는 한일악연 500년사⑤ 먹고 버린 소뼈가 성균관에 산을 이룬 이유에 대하여 ◇소 잡기를 일삼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살우위사(殺牛爲事?소 잡기를 일삼다)’라는 문장이 두 번 나온다. 한번은 성종 때 소 잡기를 업으로 하는 백정을 설명할 때, 한번은 중종 때다. 백정은 소 잡는 게 일이니 당연한 표현이다. 하지만 중종 때 소 잡기 일삼은 이야기는 조금 충격적이다. ‘사학四學 관원들이 교회하는 데 뜻이 없어 유생이 모이지 않아 학사가 늘 비기 때문에, 노비들이 소 잡기를 일삼아[殺牛爲事?살우위사] 뼈가 구릉처럼 쌓였나이다. https://news.v.daum.net/v/20210625000120933 [박종인의 ..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20] 시 쓰기로 모인 선비들의 雅會

조선일보 2021. 07. 23. 03:05 조선 후기 도화서 화원인 이인문(1745~1824)의 고송유수첩(古松流水帖)에 들어있는 대택아회(大宅雅會)다. 대갓집 주관으로 선비들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면서 만나는 모임이다. 오른쪽의 커다란 누각을 중심으로 정자와 모정(茅亭), 별채 등이 들어서 있고 왼쪽으로는 얕은 야산으로 둘러싸인 널찍한 경작지가 보인다. 어느 명문세가의 전형적인 별서(別墅)로 짐작된다. 봄날의 밭갈이 모습도 그려져 있지만 나뭇잎이 핀 상태로는 초여름이 배경이다. 맨 앞에 C자로 구부러진 고목나무는 옛 선비들의 손때가 묻은 곳이라면 한 그루쯤은 꼭 있어야 할 배롱나무다. 오른쪽 절벽 위에는 마을 뒷산에 흔한 상수리나무 두 그루가 자리 잡았다. https://news.v.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