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1246

[박종인의 땅의 雜事] 3.대장장이 야이타의 외동딸 와카(若狹), 포르투갈로 시집가다

조선일보 2021. 06. 11. 00:00 작심하고 풀어보는 한일 악연 500년사② * 술자리에서 남들 다 아는데 혼자 모르는 낭패감 혹은 혼자만 아는 사실을 떠벌리며 대화를 주도하는 통쾌함. 낭패를 막고 쾌감을 얻는, 알면 재미있고 몰라도 행복한 ‘박종인의 땅의 잡사’ 조선이 쇄국을 고집하는 동안 나이 어린 일본 소년들이 바티칸에서 신을 만나고 있었다. 성인이 되어 금의환향한 소년들은 히데요시로부터 자랑스럽다는 환대를 받았다. 그들이 환대를 받는 그 순간 조선에서 파견된 관리들은 성리학적 아집과 세계관에 사로잡혀 정세를 읽지 못했다. 일본에 와 있던 세계를 읽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세계는 언제 일본으로 왔는가. 서기 1543년, 정확하게는 1543년 9월 23일이었다. https://www.c..

靑 대통령 관저 뒤편 자리잡았다, 통일신라 '꼬마 불상' 정체

중앙일보 2021.05.28 06:00 [한국의 명당] 심재학당과 함께 하는 풍수답사 (3) 서울 4대문 안 백악산 좌우 산줄기가 감싸안은 으뜸 가는 도읍지 낙산 기세 보완하려 흥인문에 산맥 뜻하는 '之' 넣어 내청룡 감사원-옛 경기고-윤보선가 능선은 인재의 산실 우백호 능선 끝자락 효창공원 최고 길지는 3의사 묘역 청계천을 앞뒤에 둔 종로 을지로는 '돈'이 흐르는 길 ‘풍수(風水)’란 말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여러 설이 있지만 대체로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줄임말로 통한다. 바람을 감추고(막아주고), 물을 넉넉히 공급해 주는 곳이 명당이란 얘기다. 농사짓기 좋은 터를 의미하는 ‘배산임수(背山臨水)’와 비슷한 맥락이다. 큰 산(주산)을 중심으로 좌우 능선(좌청룡, 우백호)이 바람을 막아주며 그 사이로..

[프리미엄][박종인의 땅의 雜事] 2. 로마로 간 아이들과 해임당한 선위사 오억령

조선일보 2021.05.28 00:00 작심하고 풀어보는 한일 악연 500년사① - 오늘은 조금 묵직한! 일본과 악연은 실체적이다.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고려 민심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사건이 아지발도가 이끄는 왜구 토벌 작전이었다. 조선이 건국된 구체적인 계기다. 그리고 200년 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한번 거덜나고 또 300년 뒤 일본에 의해 나라가 사라졌다. 이 길고 긴 악연. 1920년대 총독부 경상북도경찰부는 이렇게 기록했다. ‘폭도의 봉기와 만세소요는 임진왜란 후 실제로 배양돼 온 배일사상에서 연유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경상북도경찰부, ‘국역 고등경찰요사’(안동독립운동기념관 자료총서3), 25p) 그래서 가위바위보도 일본한테는 이겨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한일 ..

BTS·김태희 그리고 재벌가, 이들이 도장 찍은 강북땅은? [한국의 명당- (2) 서울 한남동]

중앙일보 2021.05.07 06:00 심재학당과 함께하는 풍수 답사 (2) 서울 한남동 "성북동 평창동은 부자들이 사는 터 남산 자락 한남동은 부자가 되는 터" BTS 숙소 한남더힐, 최고가 아파트 명성 영사관·대사관 몰려 외교 1번지로도 꼽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는 어디일까. 가장 살기 좋은 아파트는? 결론부터 말하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한남 더힐’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 강북 도심과 강남의 중심을 관통하는 한남대로를 사이에 놓고 마주한 ‘나인원 한남’과 함께. 실제 한남 더힐은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공식 통계상 ‘가장 비싼 아파트’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한 채당 80억~90억 원에 거래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BTS(방탄소년단)의 숙소로 알려져 있고, 김태희·비 부..

[박종인의 땅의 雜事] 1. 폭군 연산군과 네 번 죽은 여자 어리니

조선일보 2021.05.28 00:00 술자리에서 남들 다 아는데 혼자 모르는 낭패감 혹은 혼자만 아는 사실을 떠벌리며 대화를 주도하는 통쾌함. 낭패를 막고 쾌감을 얻는, 알면 재미있고 몰라도 행복한 ‘박종인의 땅의 잡사’. 연산군과 네 번 죽은 여자 어리니 악마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폭군 연산군은 참으로 폭군이었다. 혹자는 자기 어머니가 불행하게 죽어서 그 트라우마가 폭력성으로 변했다고 측은해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냥, 연산군은 폭군이다. 송아지가 어미소와 있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 성종에게 “나는 어미가 없다네”하고 푸념했다는 둥 동정 어린 언급이 나오는데, 어림없다. 이미 왕이 되고 석 달 만인 1495년 3월 16일 연산군은 승정원에 이렇게 묻는다. “성종 임금 묘지문에 ..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4] 신선이 된 소년의 퉁소 소리

조선일보 2021.05.14 03:00 물가를 따라 버들 고목이 늘어서 있다. 주위로는 8마리의 양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널찍한 바위 위에 앉아 퉁소 부는 한 소년은 바로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 고기잡이하는 아이와 숲 안에서 엎드린 채 쉬고 있는 소 한 마리가 한가로움을 더한다. 우리의 옛 산수화에는 소나무가 가장 흔하고 다음이 버들이다. 특히 강이나 호수가 포함된 그림에는 반드시 버들이 등장한다. 가느다란 가지가 땅에 닿을 듯 늘어지는 버들은 수양버들과 능수버들 중 하나다. 수양버들은 중국이 고향이고 능수버들은 우리 땅의 토박이다. 그러나 둘의 모양새는 너무 닮아 구분이 어렵다. 학술적인 쓰임이 아니라면 전문가도 구태여 구분하지 않는다. 옛 우리 그림 속의 늘어진 버들은 능수버들로 부르는 것이 ..

이건희 컬렉션만 있는게 아니다···국보 고려대장경도 개인기증

중앙일보 2021.05.08 08:00 국립중앙박물관 컬렉션 '업글'한 기증유물 "딸 시집보내는 듯" 만감 속에 내놓은 그들 “이번에 기증받은 ‘인왕제색도’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회화 6000여점을 대표할 만한 걸작이다. 기증자의 뜻이 잘 살아나게끔 관리?준비해서 오는 6월 특별전을 통해 국민께 선보이겠다.” 지난달 삼성 측이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을 기증하면서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총 9797건(2만1600여점)의 문화재를 품에 안은 국립중앙박물관 민병찬 관장의 말이다. 그 말처럼 이번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은 양과 질에 있어 전무후무한 ‘역대급’ 리스트를 자랑한다. 특히 겸재 정선의 후기 걸작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와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보물 제2015호),..

[박상진의 우리그림 속 나무 읽기] [13] 우물가의 은밀한 이야기, 엿듣는 양반

조선일보 2021. 05. 07. 03:03 어느 대갓집 뒷문 밖 절벽 아래에 아담한 우물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쓰는 우물이 아니라 대갓집 전용 우물이다. 젊은 여인 둘과 담장 밖의 나이든 양반이 그림 속의 등장인물이다. 혜원 신윤복의 정변야화(井邊夜話), ‘우물가의 밤 이야기’다. 우선 절벽에 붙어 자라는 꽃나무부터 알아보자. 바위에는 보랏빛 꽃이 핀 철쭉 고목 세 그루가 옅은 황갈색의 새 잎과 함께 곱게 피어있다. 잎이 돋으면서 함께 꽃 피는 모습은 꽃이 먼저 피는 복사나무와 달리 바로 철쭉의 생태 특성이다. 흙이 한 줌도 없을 것 같은 척박한 바위에 기대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우리나라 나무는 진달래나 철쭉 종류가 대표적이다. https://www.chosun.com/op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