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SUNDAY 2024. 2. 17. 00:04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어린 동생이 울며 투정을 부리자, 누이가 무어라 말하며 어깨를 토닥인다. 누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의 언어들을 얼마나 익혔을까 싶은 어린아이다. 그래도 누이는, 그 빈약한 언어 속에 동생을 달랠 수 있는 말 몇 마디를 품고 있었던가 보다. 엿들을 수 없는 누이의 말을, 사진이 들려준다. 사진과 한두 줄의 짧은 글이 함께하는 조병준의 아포리즘 사진 ‘길 위의 시(詩)’. “긴 산문으로도 끝내 다 쓸 수 없는 이야기를 한 줄의 시로 할 수 있듯이, 백 쪽의 글로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을 한 컷의 사진이 설명해 낼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서 때로 사진과 시는 등가다.” 조병준은 ‘시인’이다. 그러나 그를 시인이라고만 하기엔 수식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