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1317

'올해의 환경사진상'에 선정된 사진 한장: 들소 무리는 초원 아닌 모래밭에서 살아간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23.12.02 12:44 자연을 주제로 한 대부분의 사진 공모전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달리 영국의 국제 환경 자선단체 시웸(CIWEM=Chartered Institution of Water and Environmental Management)이 주최하는 ‘올해의 환경사진상’은 자연이 직면한 위기에 초점을 맞춘 공모전이다. 16회째를 맞은 올해 공모전 수상작이 발표됐다. 출품작 다수가 기후 위기에 처한 지구의 모습과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담았다. 올해는 159개국 사진작가들이 경쟁에 참가했다. 대상은 단백질식품으로 쓰기 위한 곤충 사육장 사진이 차지했다. 이탈리아 토리노대 연구진이 대체식품 연구용으로 기르고 있는 이 곤충은 북미가 원산지인 아메리..

[사진의 기억] 사진으로 슬픔과 화해하기

중앙SUNDAY 2023. 11. 18. 00:04 이언옥의 사진 ‘슬픔의 질감’ 시리즈는 마음속 감정인 슬픔을 사진으로 시각화함으로써, 그 감정을 감각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한 작업이다. 살아오는 동안 느꼈던 숱한 슬픔들. 원인이 된 구체적 기억들은 이미 사라졌으나, 느낌과 정서는 남아서 예기치 않은 순간에 문득 나타나곤 했다. 아련하게 남은 슬픔의 느낌과 정서가 주변을 둘러싸는 듯한 순간을 만날 때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커튼을 젖히고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창을 내다보는 소녀의 뒷모습처럼. 카메라는 아날로그를 사용했다. 대상을 정보로 처리하는 디지털과 달리 빛을 물성으로 받아들이는 필름의 특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일반 인화지 대신 종이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선명하게 담아내는 인화지와 달..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서래섬 왜가리에게 배운 삶의 지혜

한국일보 2023. 11. 13. 04:31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 서래섬 주변을 산책하는데 전에 보지 못했던 갯벌이 보였다. 서해 바닷가도 아닌데 한강에도 갯벌이 있다니 마냥 신기했다. 알고 보니 서해 바닷물의 영향으로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할 때는 가끔 생겨난다고 한다. 한강에도 썰물과 밀물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강은 서해와 상류 지역 댐들의 영향권 안에 있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아도 댐에서 다량의 물이 방류되면 강물이 공원으로 범람하는 경우도 있다. 노을빛이 쏟아질 무렵 한강에서 갯벌을 구경하니 제법 운치가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풍경을 즐기다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는 왜가리 한 마리에게 시선이 멈췄다. 언제 날아갈지 궁금해 한참 동안 왜가리를 지켜봤..

아름다운 제주바다 - 수중사진 챔피언은?

중앙SUNDAY 2023. 11. 11. 00:02 수정 2023. 11. 11. 01:28 화면 가득 은빛으로 반짝이는 치어들이 인공 어초를 넘나들고, 쏠배감펭 두 마리가 그사이를 어슬렁거리며 사냥감을 고르고 있다. 그 뒤로 이 광경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다이버도 있다. 2023 제주수중사진챔피언십에서 챔피언에 선정된 양충홍 작가의 ‘사냥꾼’ 작품이다. 2023 제주수중사진챔피언십이 11월 2일부터 5일까지 100여 명의 수중사진가와 다이버가 참가한 가운데 제주 해역에서 열렸다. 올해부터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자로 나서 대회는 더욱 알차지고 선의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나흘 동안 바닷속에서 숨죽인 채 벌어진 치열한 경합에서 나온 사진은 광각·접사·생태·창작 4개 부문에서 각각 금·은·동·장려상 4장과 ..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인생’을 닮은 댑싸리의 빛깔

한국일보 2023. 10. 30. 04:30 지난주 가을의 마지막 절기인 상강(霜降)도 지났다. 겨울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주변의 가로수에도 단풍이 물들어간다. 이제는 어디를 가도 가을의 정취가 가득하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가을이 아쉬워 경기 연천군 댑싸리공원을 찾았다. 댑싸리는 7, 8월 한여름에 꽃이 피는 일년생 초본식물로 1.5m 내외로 자라며, 이를 재료로 마당을 쓰는 빗자루를 만든다. 가을엔 단풍이 들면서 붉은색으로 변해 관상용 식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 도착한 댑싸리공원은 붉은색 댑싸리가 현란한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붉은색뿐만 아니라 다양한 파스텔 톤의 댑싸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생을 다해 말라 있는 황톳빛 댑싸리도 석양에 빛나고 있었다. 각양각색의 색..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안개 속에 빛나는 저 단풍잎처럼

한국일보 2023. 9. 25. 04:32 지난주 토요일은 밤낮의 길이가 같은 추분이었다. 한낮은 아직 더위가 남아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계절의 변화는 이렇게 천천히, 우리의 옆으로 다가온다. 자연의 변화를 확인하려 이른 아침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서호공원을 찾았다. 이곳은 조선 정조 때 조성된 관개 저수지인 ‘축만제’를 품고 있다. 푸른 호수와 농촌진흥청 시험답(試驗畓)이 있어 가을을 만끽하려는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직 동이 트지 않아 주변이 어두워 산책 나온 사람들은 가로등 불빛을 의지했다. 짙은 새벽안개까지 드리우자 앞사람의 형체만 어슴푸레 보였다. 문득 눈앞에 펼쳐진 길이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우리네 인생길과 닮았다고 느껴졌다. 안개와 단풍은 서로 ..

[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비를 맞고 깨어난 노랑주걱혀버섯

한국일보 2023. 9. 11. 04:31 동네 작은 공원을 지나다 자주색 벤치에서 물을 먹고 자라는 신기한 생명체를 발견했다. 처음엔 사람의 발자국이나 먼지가 켜켜이 쌓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선명한 노란색을 띤 각양각색의 작고 어여쁜 버섯이었다. 노란색 투명한 몸체에 하트 등 다양한 모양의 버섯들이 마치 숲속에서 춤추는 작은 요정처럼 생동감이 넘쳐났다. 이 버섯의 이름은 노랑주걱혀버섯. 봄부터 가을까지 침엽수의 고사목이나 쓰러진 나무줄기에서 무리 지어 피어나는데, 주걱이나 사람의 혀를 닮았다고 해서 이런 재미난 이름이 붙었다. 모양이나 색깔이 너무 예뻐서 독버섯이 아닐까 걱정했지만, 맛이 달콤하고 부드러워 국이나 찌개에 많이 넣어 먹는다고 한다. 이토록 귀한 버섯이 어떻게 도심..

[조용철의 마음풍경] 빗방울 속 코스모스…세월이 유수, 이미 가을이라네

중앙일보 2023. 9. 3. 07:00 세월을 이길 장사 없다더니 기세등등 불볕더위 물러갔네. 폭염 팔월 밀쳐내고 구월이 왔네. ■ 촬영정보 빗방울이 선명하도록 산그늘 쪽 어두운 배경을 선택하고 정상 노출보다 어둡게 촬영했다. 접사 기능이 좋은 스마트폰으로 촬영. 아래 사진은 마크로렌즈 촬영. https://v.daum.net/v/20230903070036457 [조용철의 마음풍경] 빗방울 속 코스모스…세월이 유수, 이미 가을이라네 [조용철의 마음풍경] 빗방울 속 코스모스…세월이 유수, 이미 가을이라네 세월을 이길 장사 없다더니 기세등등 불볕더위 물러갔네. 폭염 팔월 밀쳐내고 구월이 왔네. 코스모스 철없이 폈다 했더니 세월이 유수러니 이미 가을이라네. 빗방울도 싱그러운 미소를 짓네. ■ v.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