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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이 설날과 관련된 속담이라고?

바람아님 2015. 2. 21. 10:54

머니투데이 2015-19

 

적당한 것이 없을 때 비슷한 것으로 대신할 때 사용하는 속담, '꿩 대신 닭'. 이 속담의 유래가 설날 음식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의외로 설과 관련된 우리말 속담은 여럿 있다.

설날 명절 음식으로 먹는 떡국에는 원래 반드시 꿩고기를 넣어 끓이도록 돼 있었다. 꿩을 상서로운 새로 여긴 옛 사람들은 꿩을 '하늘 닭'이라고 해 천신(天神)의 사자로 여겼고 길조로 생각해 농기 꼭대기에 꿩의 깃털을 꽂기도 했다.

그러나 꿩고기는 구하기 어려워 일반 가정에서 꿩을 잡기는 어려웠고, 꿩 대신 기르던 닭을 잡아 닭고기를 떡국에 넣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나왔다.

또한, '정초에 거름질 놈'이라는 속담이 있다. 매우 게으른 사람을 이르는 말로 무슨 일이 닥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를 해두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 속담은 정초에서 대보름까지는 농사일을 쉬게 되는 시기에 나왔다. 정초에 아이들은 연날리기나 널뛰기, 팽이치기를 하며 놀았고 어른들은 정월 3~4일까지 쉰 뒤, 집안 잔일 등을 했다. 미리 거름을 다 치우고 집을 깨끗이 한 뒤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데도 뒤 늦게 거름을 지고 있으면 게으르다는 의미가 됐다.

'처갓집 세배는 앵두꽃을 꺾어 갖고 간다'라는 구시대적인 속담도 있다.

앵두꽃이 피는 계절은 4월, 5월로 봄에나 핀다. 정초에 하는 세배를 그 시기에 간다는 것은 예절이나 격식에는 맞지 않는다. 그러나 처가에서는 세배를 늦게 간다고 해도 이해하고 크게 섭섭해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 말했다. 보통 정초에 서둘러 처가로 세배하러 가려는 사람을 조롱할 때 쓰거나 늦게 처가에 세배 가는 것을 합리화할 때 쓴다.

이 밖에 설과 관련된 속담으로는 남의 힘으로 일을 이룬다는 의미인 '남의 떡에 설 쇤다', 말로야 못할 것이 무엇 있겠는가라는 의미의 '새해 못할 제사 있으랴' 등이 있다.

(참고=국립국어원, 한국세시풍속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