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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의 삼성', 국민 保健에 기여할 길 찾아봐야 할 때

바람아님 2015. 6. 18. 10:20

조선일보 : 2015.06.18

삼성그룹 사장단은 17일 삼성서울병원으로 인해 빚어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와 관련해 "고개를 못 들 정도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며,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송구하기 그지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 사장단은 메르스 사태의 빠른 수습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은 물론 삼성그룹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지원하고 삼성서울병원의 위기 관리 시스템 혁신 방안도 내놓겠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장에 취임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하는 직할 병원이다. 의사·간호사 3800여명을 비롯해 8000명 가까운 의료인력을 갖춘 국내 최고 수준의 종합병원이다. 2013년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외래환자는 연간 190만명이 넘었고, 입원환자는 64만여명에 달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에 들어온 메르스 감염 환자를 허술하게 관리한 데다, 격리 대상자 명단을 작성하면서 환자 보호자나 일반 방문자들을 빼놓는 바람에 메르스의 2차 대유행을 불러왔다. 메르스에 감염된 의사나 응급실 이송 요원이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채 정상 근무를 하면서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녔다. 그런 데다 국회에 출석한 병원 관계자가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오만한 발언을 해 국민의 감정을 자극했다.

삼성서울병원은 결국 부분 폐쇄라는 상황까지 가고 말았다. 긴급한 수술과 진료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일반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됐다. 메르스라는 급한 사안에 덮여 노출되고 있지는 않지만, 삼성서울병원 진료 시스템의 일부 마비로 벌어지고 있을 수많은 가정의 우환과 불행을 생각하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병원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공포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 상당수는 '삼성이 하면 빈틈없이 처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 왔다. 그런 기대는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상당 부분 실망으로 바뀌어버렸다. 수익성을 너무 따지는 병원 경영 방식도 지적됐고, 전염병 창궐이라는 국가적 위기에서도 삼성만은 정부 통제 밖에서 멋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퍼지고 말았다.

이번 사태는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승계해 사실상 그룹 총수로 등장한 직후 일어났다. 많은 국민이 이 부회장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지 지켜보고 있다. 삼성은 사장단의 입장 표명을 계기로 메르스 사태를 진정시키고 국민 건강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