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상(氣象)이 좀 심상치 않다.
강원도·수도권이 심한 가뭄을 겪었는데 북한도 100년 만의 가뭄이라고 한다.
그런 가운데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5월 세계 평균기온이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래 사상 최고치였다고 발표했다.
1~5월의 다섯 달 기온도 20세기 평균보다 0.85도나 높았다.
전문가들은 적도 부근 태평양 수온(水溫)이 상승하는 엘니뇨 현상이 강력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서울대 허창회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NOAA 자료를 분석해
2012년 볼라벤과 같은 무시무시한 태풍이 들이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뜨거운 태평양 해수 온도가 강한 태풍을 만들어내는 열(熱)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부경대 변희룡 교수(환경대기학과)는
올해는 1901년→1939년→1977년→2015년으로 이어지는 '38년 대(大)가뭄 주기'의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올해 수도권엔 아예 장마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왠지 1998년 상황이 떠오른다.
그해도 '20세기 최강'이라는 수퍼 엘니뇨가 찾아왔다.
기온은 '20세기 최고'를 기록했다.
워낙 기온 그래프가 높이 올라가 그 뒤 10여년 동안은 1998년 기록을 좀체 뛰어넘지
못했다. 그래서 '지구 온난화가 끝났다'거나 '희미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보면, 1998년 비슷한 강한 엘니뇨 현상을 보이면서
1998년보다도 기온이 높이 올라가는 추세다.
▶1998년 8월 양쯔강에서 대홍수가 나 2000명 이상이 죽었다. 중국 정부는 양쯔강
지류(支流) 제방을 폭파시켜 물줄기를 돌려서 하류 도시를 보호하는 방법을 썼다.
그해 봄엔 인도네시아 산불로 동남아시아 하늘이 연무(煙霧)에 덮였다.
국내에선 7월 31일 밤 지리산 일대를 덮친 국지성(局地性) 호우가 야영객들을 덮쳐
100여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올해 또 무슨 흉측한 기상 이변이 있을지,
최근 가뭄이 그 전조(前兆)는 아닌지 불안하다.
▶1993년 1월 '한강이 3년째 얼지 않는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온난화와 수질 오염을 이유로 들었다. 하필 기사가 나간 날 아침 한강이 얼어버렸다. 날씨는 함부로 예측하는 법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 가운데 어떤 게 잡음(noise)이고 어떤 게 흐름(trend)인지 종잡기 어렵다. 그렇다 해도 올해 기상 변화에선 1998년을 떠올리게 하는 기시감(旣視感)을 느끼게 된다.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