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장으로 치닫는 與 내분, '실패한 정권' 작정했나
조선일보 2015-6-29
유 원내대표가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했지만 청와대의 기류는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당 내 친박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유일한 해법은 유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뿐"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친박 측은 "여당의 실질적 최고 지도자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정권도 살고 당도 사는 길"이라는 주장이다. 일부 친박 의원은 의원총회를 다시 열어 유 원내대표를 불신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자신들 손으로 뽑았던 원내대표를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몰아내겠다고 나선 꼴이다.
그간 '유승민 사퇴'를 요구해온 서청원·김태호 최고위원 등도 오늘 열리는 새누리당 지도부 회의에서 당무(黨務) 거부나 자신들이 지도부에서 사퇴하는 방식으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경우에 따라선 현 여당 지도부가 와해하고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당대회를 다시 치를 경우 내년 4월 총선 공천까지 걸려 있는 터라 죽기 살기 식 경쟁 속에 당 내분이 더 깊어질 것이다. 친박 측에서 거론하는 원내대표 불신임 의원총회 소집이나 당 지도부 총사퇴 같은 방법은 자칫 당·청을 공멸(共滅)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의 여권 내분이 정리될 때까지는 국회와 국정이 겉돌 수밖에 없다. 실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곤두박질친 경기(景氣) 부양과 피해 계층 지원을 위해 거론되고 있는 15조원 안팎의 추경예산 편성 논의는 실종 상태에 빠졌다. 청와대가 사실상 당·정·청(黨·政·靑) 회의를 갖지 않겠다고 나선 마당이라 정부와 여당 모두 추경 문제 관련 당정(黨政) 협의란 말을 꺼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맞춤형 추경은 무엇보다 시기를 놓쳐선 안 되는데 청와대와 여당 스스로 이 귀중한 시간을 내분에 허비하고 있는 것이다. 추경뿐 아니라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경제 법안도 모두 발이 묶여버렸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여준 이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에 국민의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에 이른 상황이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과 여당이 머리를 맞대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이 정권은 내분으로 치달았다. 스스로 '실패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작정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대치 상황이 길어지면 국민은 결국 이 정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 모두 심상치 않은 민심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정말 한심한 사람들이다.
[사설] 메르스·그리스·중국 3중고 .. 민생 위험한데 멈춰선 국회
중앙일보 2015-6-29
당장 그리스는 사실상 국가 부도 수순을 밟고 있다. 72억 유로(약 9조원) 구제금융을 논의하던 유럽 정상회의는 결렬됐다. 예금주들이 돈을 빼내는 뱅크런으로 하루 2조원씩 그리스 은행들의 잔액이 줄고 있다.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은 유럽연합(EU)의 약 1.3%밖에 안 되지만 단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을 크게 뒤흔들 수 있다. ‘해외자본의 현금출납기’라는 서울 금융시장이 강 건너 불구경할 때인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2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7개월 사이 네 번째다. 중국 금리는 연 2%가 됐다. 한국 기준금리에 근접할 정도다. 수출·내수 부진으로 중국이 7% 성장도 자신하기 어렵게 됐다는 의미다. 중국 증시는 2주 연속 6~7%씩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을 맞았다. 중국의 침체는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다.
무엇보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에 깊은 주름을 만들고 있다. 세월호 때보다 더 소비 위축이 크다. 백화점·마트 매출이 줄고 여행·문화 소비가 급감했으며 명동 거리엔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다. 메르스 최전선에 섰던 병원들은 간호사 급여도 못 주고 직원 월급도 20%나 깎는 힘든 상황이다.
작은 충격도 합쳐지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메르스에 그리스, 중국 경제 침체는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다. 하나만 잘못 대응해도 우리 경제가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메르스 추경이다. 우리는 줄곧 ‘추경은 충분한 규모로, 빨리 하는 게 좋다’고 주문해 왔다. 황교안 총리가 “7월 6~10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만큼 여야도 서둘러 메르스 추경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
나라가 흔들리면 여야가 어디 있고 진보·보수가 어디 있겠는가. 내년 총선 공천권이 아무리 중요해도 권력투쟁에 몰두할 때가 아니다. 나라가 위기이고 국민이 고통 받고 있다. 친박·비박이나 친노·비노의 여야 집안싸움부터 한심하기 짝이 없다. 당장 청와대와 여야는 정치휴전부터 선언해야 할 것이다. ‘네 탓’만 하지 말고 수단·방법을 총동원해 나라 안팎의 쓰나미에 맞서야 한다. 멈춰 선 국회 때문에 모두 앉아 죽을 수는 없다.
[사설]박 대통령, '분노의 정치'론 꽉 막힌 政局 풀 수 없다
동아일보 2015-6-29
새누리당 당헌 8조는 “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책임을 진다”고 되어 있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발표하면서 국회 야당과 함께 유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강한 불신을 표시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한 것도 이 점을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친박계가 ‘분당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유 원내대표의 사퇴 없이는 어떤 당정 협의도 없을 것”이라거나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통해 지도부 와해까지 불사하겠다”며 퇴로를 차단하고 나선 것은 지나치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2017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여권 새판 짜기’를 노린 권력투쟁이라는 의구심을 살 만하다.
박 대통령은 올해 2월 김무성 대표와 유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당정청이 공동 목표를 갖고 삼위일체가 되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청이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 개정안 처리 등에서 엇박자를 낸 데는 유 원내대표의 책임도 작지 않지만 여야 정치권을 상대로 소통 노력을 다하지 않은 청와대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국회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새정치민주연합의 거부로 모든 의사일정이 중단된 상태다. 추경 집행이나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경제활성화법은 내분이 이어질 경우 지연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유 원내대표 비판에는 살벌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유 원내대표의 잘못이 있다 해도 이런 식의 ‘분노의 정치’는 국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로 네 탓 공방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국민들이 이런 싸움을 어떻게 바라볼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유연한 자세로 꽉 막힌 정국의 실마리를 풀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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