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6.29 김미리 기자)
[창간 첫돌, 건축 전문지 '다큐멘텀' 만드는 사진가 김용관]
'맑은 파란하늘 배경' 공식 깨고 건축 사진의 새 틀 연 사진가
건물 중심의 기존 잡지 벗어나 사진·사람 얘기 담아 만들어
- /장련성 객원기자
책장을 넘기지 않으면 내용은 가늠할 수 없다.
읽으려면 읽고 말려면 말라는 식으로 도도하다.
요새 건축계에 신선한 바람을 넣고 있는 건축 전문지 '다큐멘텀(DOCUMENTUM)'이다. 이번 달 나온 4호로 공식 창간한 지 첫 돌을 맞았다.
최소 1년에 4번 나오니 표면상 계간지지만 늘 4번만 나오는 건 아니다.
"우리 목표는 채울 내용 있을 때 제대로 내자는 겁니다.
"우리 목표는 채울 내용 있을 때 제대로 내자는 겁니다.
때 되면 내야 하니 억지로 채우지 말고. 대신 의미 있는 내용이 많으면 자주 나올 수도 있어요.
우리는 '건강한 건축 잡지'를 꿈꿉니다."
서울 운니동, 건너편 공간 사옥이 내려다보이는 건물에 둥지 튼 사무실에서 발행인 김용관(46·사진)씨가 말했다.
그는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건축사진가 중 하나다.
'공간(SPACE)' 'C3' 등 주요 건축 잡지 전속 작가로 20여년간 일했다.
1998·99년 AIA(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건축사진작가상도 받았다.
'건축의 관찰자'로 살던 그가 건축 전문지를 만들었다. 있는 잡지도 어려워 접는다는 요즘 아닌가.
'건축의 관찰자'로 살던 그가 건축 전문지를 만들었다. 있는 잡지도 어려워 접는다는 요즘 아닌가.
"그동안 잘난 건축가, 잘난 건물 참 많이도 찍었습니다.
그런데 건축계에선 좋은 작품이라는데 가보면 건축주가 건축가 꼴도 보기 싫다고 하는 건물도 있고,
건축계에선 인정 안 하는데 건축주는 건축가를 은인처럼 생각하는 건물도 있어요.
시간이 갈수록 '좋은 건축'이란 뭘까 혼란스럽더군요."
'좋은 건축'에 대한 고민이 모여 잡지가 탄생했다.
다큐멘텀은 여러모로 대안적이다. 건물 얘기만 있던 건축지에 사람 이야기가 들어갔다.
다큐멘텀은 여러모로 대안적이다. 건물 얘기만 있던 건축지에 사람 이야기가 들어갔다.
건축주와 사무실 직원 얘기까지 곁들인다.
이번 호에 등장한 건축가 임형남·노은주씨의 경우 3개월 동안 건축주 미팅 6개에 잡지 기자가 동행했다.
건축주의 다섯 살 꼬마가 말하는 엉뚱한 집에 대한 얘기까지 있다.
"건축 전문지에서 '사람'은 늘 빠져 있었어요. 90년대 초엔 건축주가 소수의 선택받은 사람뿐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문화적 수준이 높아져 준비된 예비 건축주가 참 많아요.
살아 있는 이야기로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진가 김용관이 찍은 제주도‘바람 미술관’(이타미준 설계).
- 건물 자체보다 주위를 둘러싼 환경이 되려 주인공이다.
- 잡지‘다큐멘텀’도 건물보다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김용관 제공
"특정 순간에 얘기 되는 걸 싣다 보니 기록적인 성격을 지닌 건축 매체가 거의 없어요.
우리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건물의 시작부터 끝까지 기록해 보자고 했습니다.
시의성보다는 우리만의 관점이 중요합니다."
매 권 파격적으로 절반을 특정 건축가나 특정 프로젝트 하나에 할애해 적어도 석 달 동안 파헤친다.
'나만의 관점'은 그가 인생에서 건진 교훈이기도 하다. 90년대 초 한 건축 잡지 사무원으로 일했다.
'나만의 관점'은 그가 인생에서 건진 교훈이기도 하다. 90년대 초 한 건축 잡지 사무원으로 일했다.
성실한 그를 눈여겨봤던 편집장이 하루는 건축 사진을 찍어 보라고 했다. 필름 한 번 만진 적 없는 그였다.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을 복기해 찍은 사진이 그달 잡지에 실렸다.
유명 건축가 장세양(1947~1996)이 설계한 대전 두리예식장이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건축사진가의 길이 열렸다.
"든든한 배경 없이 이름 하나로 살기 위해선 색깔이 필요했습니다.
"든든한 배경 없이 이름 하나로 살기 위해선 색깔이 필요했습니다.
어슴푸레한 새벽, 흐린 날. 한 건물에 수도 없이 가 봤어요."
'맑은 날 파란 하늘 배경으로'라는 기존 건축 사진 공식이 깨졌다.
업계에선 '표정 있는 건축 사진'의 시작으로 그를 꼽는다.
이제 그는 '표정 있는 건축 잡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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