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사진칼럼

멋스러운 실루엣 기념사진

바람아님 2015. 8. 10. 00:55

[J플러스] 2015-08-07

 

   휴가철입니다. 아름다운 곳을 여행하면 빠지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기념사진입니다. 혼자서 여행 중이라면 셀카로 사진을 남기고, 여럿이 어울려서 가면 서로 돌아가며 사진을 찍어줍니다.


 그런데 기념사진의 형식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입니다. 대개 얼굴은 정면을 향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적게, 배경은 넓게 찍습니다. 이른바 인증샷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지요.

 

  기념사진에 반드시 얼굴이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서 실루엣 사진으로 인물의 윤곽만 보이게 찍으면 어떨까요. 그럼 훨씬 더 운치가 있고, 뭔가 있어 보이는 기념사진이 됩니다.

 

 실루엣 사진은 인증샷이 안 된다고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들은 윤곽만 있어도 누군지 알아봅니다. 만약 못 알아 본다면 아주 친하지 않은 사이일 겁니다. 

 

   실루엣은 사람이나 사물의 ‘윤곽’을 뜻합니다새로 산 옷이 몸에 잘 어울리거나 몸매가 날씬한 여성을 말할 때 ‘실루엣이 좋다’고 말합니다. 외양을 나타내는 선과 면이 아름답다는 뜻입니다실루엣은 사진 용어이기도 합니다역광 사진으로 피사체의 윤곽이 검게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강한 빛이 뒤에서 들어오면 앞 쪽은 어둡기 때문에 피사체가 까맣게 보입니다. 이를 실루엣 사진이라 부릅니다이때 노출은 배경에 맞추고, 초점은 피사체에 맞춰야 합니다.   

 

 

 


  지난 겨울 경기도에 있는 한 폐사지에 별 사진을 찍으러 갔습니다. 별이 총총한 밤이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난 뒤 동행했던 후배와 서로 기념사진을 찍어 주기로 했습니다. 스트로보를 사용하면 얼굴이 나오겠지만 별빛을 살리기 위해 실루엣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떤가요. 훨씬 더 멋져 보이지 않나요.


 두 번째 사진은 함백산에서 찍은 필자의 기념사진입니다. 먹구름이 몰려오는 하늘을 배경으로 산 정상의 돌탑과 뾰족하게 솟아 있는 바위의 윤곽이 인물과 함께 리드미컬하게 이어집니다. 카메라 가방과 렌즈를 보니 사진을 찍는 사람이 분명해 보입니다
  실루엣 사진은 빛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잘 다뤄야 하는 테크닉이 필요합니다삼차원의 현실 세계가 강한 명암의 평면으로 바뀌면서 미적인 반전이 일어납니다좋은 실루엣 사진은 절제미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가려진 만큼 더 상상하게 하고, 더 많은 이야기를 녹여냅니다.    

 실루엣 사진을 글 쓰는 것과 비교하면 은유법 정도 될까요인물이나 사물의 상세한 묘사를 생략한 채 피사체의 윤곽만으로 이미지를 구성하게 됩니다. 배경에 강한 빛이 있고 주가 되는 피사체는 검게 나타납니다. 밝음과 어둠의 대비로 메시지를 담습니다


 자, 이제 준비가 되셨다면 실루엣 사진에 도전해 봅시다. 스트로보는 꺼 둡시다. 해돋이를 가거나 해지는 풍경을 담을 때 실루엣으로 기념사진도 찍어봅시다. 노출에 배경에, 초점은 인물에 맞추면 됩니다. 참 쉽죠?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몸매를 뽐내 봅시다. ‘엣지있는 기념사진이 나올 것입니다. 삼각대가 있다면 셀프샷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