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5-8-8
[한겨레][토요판] 윤운식의 카메라 웁스구라
평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동료를 보면 '저리 출근 전부터 땀을 쏟으니 막상 회사 오면 힘들어서 어떻게 일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처럼 게으르고 꼼지락거리기 싫어해 운동하고 담쌓고 지내는 입장에서만 봐서 그렇지 평상시 꾸준히 운동을 하던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지난달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날마다는 아니고) 자전거로 일산에서 회사까지 출퇴근을 하면서 심신을 단련해오던 선배가 자전거 헬멧을 벗으면서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씻어내기가 바쁘게 말했다 "내가 자전거로 쭉 오면서 한강을 유심히 봤는데 녹조가 심해." 그거야 이미 다 아는 얘긴데 뭐가 그리 새삼스러울까 싶어 심드렁하게 응대했는데 정작 중요한 얘기는 그다음이었다.
훌륭한 사진이었지만 1면에는 실리지 못하고 사회면으로 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간의 갈등이라는 뉴스에 밀린 것이다. 신문에선 아무리 좋은 사진도 결국 뉴스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 속은 쓰리지만 매체의 속성이 그러하니 인정할 수 있다. 다음날 그 사진을 본 회사의 더 높으신 분이 선배에게 "그 좋은 사진을 왜 1면에 안 썼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아니, 다른 분도 아니고 아실 만한 분이 왜 그러세요? 당사자 맘 쓰리게…. 그래도 고맙습니다.
윤운식 사진부 뉴스사진팀장
평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동료를 보면 '저리 출근 전부터 땀을 쏟으니 막상 회사 오면 힘들어서 어떻게 일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나처럼 게으르고 꼼지락거리기 싫어해 운동하고 담쌓고 지내는 입장에서만 봐서 그렇지 평상시 꾸준히 운동을 하던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지난달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날마다는 아니고) 자전거로 일산에서 회사까지 출퇴근을 하면서 심신을 단련해오던 선배가 자전거 헬멧을 벗으면서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씻어내기가 바쁘게 말했다 "내가 자전거로 쭉 오면서 한강을 유심히 봤는데 녹조가 심해." 그거야 이미 다 아는 얘긴데 뭐가 그리 새삼스러울까 싶어 심드렁하게 응대했는데 정작 중요한 얘기는 그다음이었다.
"그런데 홍제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조그만 보가 있는데 거기서 왜가리가 가만히 길목을 지키고 서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려 한단 말이지. 한강 쪽의 녹조를 피해 물 밖으로 튀어오르는 물고기를 왜가리가 잡아채고, 밑으로는 녹조가 뚝뚝 떨어지고. 어때? 그림 죽이지 않아? 함 나가 볼까? 근데 된다는 보장은 없어." 어이구 뭘 보고 오셨기에…. 아주 그림을 그리시는구먼, 가뜩이나 사람도 없는데…. 썩 내키진 않았지만 뭐 된다면야 올해 한강 녹조에 그만한 게 없겠다 싶어 동의를 했다.
멀쩡한 차 놔두고 자전거로 먼 길을 왔으니 피곤도 하련만 머릿속에 잔뜩 그려놓은 그림이 풀무질을 하는지 기본 장비에 커다란 400밀리 렌즈에 모노포드까지 주저리주저리 한 짐 짊어지고 선배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현장으로 떠났다.
사진은 지난 7월7일 흐르는 땀을 식히기도 전에 현장으로 나갔던 그 선배가 찍은 한강의 녹조 사진이다. 왼쪽의 한강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녹조가 한창인데 오른쪽의 홍제천은 깊은 산속 옹달샘만큼이나 맑고 투명하다. 합성하지 않고 좁은 앵글 하나에 들어온 것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마치 녹조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 같지만 실제 물의 방향은 그 반대다. 상류에서 흘러내리는 물의 힘에 하류 쪽 한강의 녹조가 더 이상 밀고 올라오지 못하는 것인데 홍제천 쪽으로 막힌 녹조가 사진상으로는 쓰나미처럼 보였다.
살기 위해 더 맑은 물을 찾아 상류로 올라오는 누치가 너무나 안쓰럽다. 야트막하지만 물고기에겐 높은 보를 차고 올라 왜가리의 먹이가 되리라는 선배의 그림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실현되지 않았지만, 한강의 녹조가 이 사진보다 더 좋은 게 나올까 싶기도 하다. (현장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물고기가 안 뛰어오르자 근처에서 낚시하던 분에게 물으니 낚시꾼이 한심한 듯 '물고기도 만조 때를 기다렸다가 하류의 수계가 높아지면 유유히 헤엄쳐 상류로 간다'고 했다는, 나름대로 선배가 의도한 그림이 안 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회(7월25일치)에선 같은 녹조 사진이지만 무인기(드론)로 찍은 낙동강에 대해 얘기했다. 무인기를 이용해 찍은 부감 사진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앵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 그 의미가 있었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앵글에 대한 호기심과 욕구를 충족시켜 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좋은 사진은 사람의 의식과 땀이 만들어준다. 순간적인 포착이 좋은 사진을 만들지만 그 순간은 우연만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지만 오직 의식적으로 보는 사람만이 볼 수 있었다. 땀을 식히기도 전에 나가는 것도, 무언가를 앵글에 담는 것도 그 이유다.
훌륭한 사진이었지만 1면에는 실리지 못하고 사회면으로 갔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간의 갈등이라는 뉴스에 밀린 것이다. 신문에선 아무리 좋은 사진도 결국 뉴스에서 밀릴 수 있다는 것, 속은 쓰리지만 매체의 속성이 그러하니 인정할 수 있다. 다음날 그 사진을 본 회사의 더 높으신 분이 선배에게 "그 좋은 사진을 왜 1면에 안 썼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아니, 다른 분도 아니고 아실 만한 분이 왜 그러세요? 당사자 맘 쓰리게…. 그래도 고맙습니다.
윤운식 사진부 뉴스사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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