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5.08.10
내달 3일… 中초청에 일정 조율
교도통신 "美, 한국에 불참요구", 우리 외교부 "日보도 사실무근"
정부 소식통은 이날 "아직 최종 결정이 내려지진 않았다"고 전제한 뒤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할지는 모르지만 박 대통령이 그즈음 방중(訪中)할 명분이 있어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이 언급한 '명분'은 현재 새로 단장 중인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의 재개관식(9월 3일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의 방중 문제는 지난 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논의됐다. 당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박 대통령의 참석을 재차 요청했고, 윤병세 외교장관은 "국내외적 여건을 고려해 조만간 결정할 것"이란 입장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미국은 중국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국은 박 대통령의 참석 자체가 '중국이 한·미 동맹을 균열시켰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격이 될 수 있고, 역사 문제에서 한·중이 손잡고 일본에 맞서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방중 자제를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외교적으로) 있을 수 없는 얘기고, 실제 그런 일도 없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9월 방중 계획이 무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시점에 이 같은 보도가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아베 총리가 중국에 가기 힘든 상황에서 박 대통령만 방중하는 것을 껄끄럽게 여길 것"이라며 "교도통신 보도엔 한·중 관계뿐 아니라 한·미 관계까지 갈라 놓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안용현 특파원 이용수 기자
백악관 "朴 대통령에 中열병식 불참 요청한 적 없다"
조선일보 : 2015.08.10
백악관은 이날 “미국은 중국 열병식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지 말 것을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는 일본 교도통신 보도와 관련한 언론 논평 요청에 이 같이 답변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지난 9일 교도통신은 “미국은 박 대통령의 참석 자체가 ‘중국이 한·미 동맹을 균열시켰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격이 될 수 있고, 역사 문제에서 한·중이 손잡고 일본에 맞서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우리는 박 대통령에게 중국의 다음 달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는 뜻을 표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도 통신 보도와 관련해서 “(미국이 방중 자제를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있을 수 없는 얘기고 실제 그런 일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 부르고, 미국 말리고..한국 '열병식 딜레마'한겨레 2015-8-9
'중국 승전 70돌 열병식' 4개국 신경전
다음달 3일 중국에서 열릴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 기념 열병식'을 둘러싸고 한·미·중·일 간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중국의 대규모 열병식 계획에 미국이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대립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행사 참석 여부를 놓고 복잡한 고차방정식 풀이에 들어갔다. 지난 5월 비슷한 성격의 러시아 전승 기념행사 참석 여부를 놓고 벌어진 막후 외교전의 확대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70돌을 맞는 올해 처음으로 외국 정상들을 대거 초청해 대대적인 군사 퍼레이드를 열 계획이다. 주요 전승국인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를 포함해 남북한과 일본 등 50여개국에 초청장을 보냈다.
한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중 관계를 고려하면 불참할 이유가 없지만, 이번 열병식 행사를 동북아 패권경쟁 구도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미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교도통신>은 9일 "미국이 박 대통령의 행사 불참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하면 '중국이 한-미 동맹을 균열시켰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으며 미국이 추진하는 한-미-일 협력에도 영향을 준다는 우려를 한국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미, 동북아 패권 맞물려 참석 부정적
일 언론 "미, 박대통령에 불참 요구"
중국은 행사 흥행위해 참석 기대
전문가 "국익 관점에서 접근해야"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있을 수 없는 얘기이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행사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좀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미국은 이번 열병식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는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부정적인 견해를 보여왔다. 최근 퇴직한 에번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지난 4월 현직에 있을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열병식이 과거의 치유보다는 과거의 상흔을 드러낼 수 있다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열병식 참석에 소극적인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첫째, 중국이 성대한 열병식을 통해 '중국의 굴기'를 안팎에 과시하겠다는 목적이 숨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둘째,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과거사를 고리로 한국을 미-일과의 공조전선에서 떼어내려는 중국의 외교적 승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박 대통령의 참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이 중국의 인권 문제와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이유로 참석을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자칫 흥행 실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참석하겠다는 나라는 러시아와 몽골, 카자흐스탄, 이집트 정도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참석 여부에 따라 행사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진다. 그가 참석하면 중국은 마음으로 감격할 것"이라며 "만일 박 대통령이 미국의 압력 탓에 베이징에 오지 않는다면 중국은 불만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석 여부도 관심거리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9월3일 열병식 행사엔 나오지 않되 그 앞뒤에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 개인의 역사관이나 일본 내부의 반발 등에 비춰, 행사 기간 방중은 어려우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한국의 선택이다. 정부가 국익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정부가 열병식 행사에 반대하는 미국의 입장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미·중 간 균형점을 찾아갈지 등을 고민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워싱턴 베이징 도쿄/이용인 성연철, 길윤형 특파원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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