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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릴레이 기고] 남북 경협, 늪에 빠지는 한국 경제의 돌파구다

바람아님 2015. 8. 18. 09:03

[중앙일보] 입력 2015.08.18

북 구매력과 인프라 수요 늘면 남 기업 활로
젊은이 일자리와 창업 기회도 확대될 것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아세아문제연구소장

 

단동에서 방천에 이르는 1400km는 한반도와 중국을 가른다. 구비 구비 흐르는 압록강과 두만강, 또 장엄한 백두산으로 한반도의 경계를 보여 주었다. 남북이 통일하면 이 길 위로는 중국과 러시아로 이어지고 아래로는 동해를 마주한 일본과 그 뒤로 북태평양 넘어 미국으로 이어진다. 7500만 한민족이 함께 살고 있는 한반도가 대륙과 해양이 마주치는 그 중심에 있음을 눈으로 보면서 다시 한 번 마음으로 느꼈다.

그러나 압록강 한 가운데 끊어져 쓸쓸히 서있는 단교(斷橋)는 한반도가 중간에 잘려 밖으로 뻗어나지 못하는 현실 같아 안타까웠다. 3년 전쟁의 상흔과 70년간 분단의 엄연한 현실을 마주하였다.

압록강에서 배를 타면 북한의 집과 공장과 사람들이 바로 눈앞을 스쳐 갔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노동자들이 땀을 흘리면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밤이면 압록강 건너편은 단동의 환한 불빛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흐린 먹물 빛으로 바뀌면서 북한의 어려운 경제 현실을 알려 주었다. 핵개발과 세습독재체제로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된 사회주의 국가에 굶주린 2500만 명이 살고 있다. 불행하게도 그들의 운명은 태어나면서 결정되었다. 같은 민족이지만 부모를 잘 못 만나 북에서 태어나면 소득과 소비 수준이 남한의 20분의 1 밖에 안 된다. 북한 주민의 일 년 평균 소득은 우리 근로자 한 달 치 최저임금에 지나지 않는다.

5박 6일의 평화오디세이는 오랜 연구와 경험을 갖춘 전문가들 틈에 끼여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공식 토론회, 식사, 이동하는 자리에서 평화 통일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지만 남북한 간에 민간 차원의 비정치적 교류와 경제 협력을 어떻게 하든 활성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오랜 분단으로 생겨난 정치, 사회, 문화의 차이가 정치적 선언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막힌 대화의 물꼬를 트고 점진적으로 평화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고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여 남북한의 화합을 점진적으로 이루어 가야 한다. 스포츠, 음악, 문화, 보건, 학술 교류 등 쉬운 부문부터 사람들의 왕래하기 시작하면 서로 간에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민족의 동질성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과의 경제 협력은 개성공단의 예에서처럼 북한의 저임 노동력을 남한 기업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개성공단의 임금을 기준으로 해도 북한 노동자에 대한 보수는 중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앞으로 북한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경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 물론 탈북자의 경우에서 보듯이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해서 이질적인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정부 차원에서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산업 배치와 인력 활용에 대한 장기 계획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남북 경협은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 들고 있는 한국경제에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북한은 낙후된 경제 구조와 생산성으로 지난 10년간 경제 성장률이 연평균 1%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많은 연구들은 북한이 개방, 개혁의 길로 과감하게 나오고 주변국들과 경제 협력을 확대하면 중국, 베트남 등 체제전환국들처럼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적으로 북한 지역의 구매력이 커지고 인프라 수요가 늘어나면 우리 기업들에게도 활로가 될 것이다. 젊은이들의 일자리와 창업 기회도 늘어 날 수 있다.

더 나아가 인적 교류와 시장경제의 확산은 중산층 증가, 자본가 계급 등장, 교육수준 향상을 통해 결국 북한 내부의 정치, 사회적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민간 차원의 교류와 경제 협력을 확대해야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어떻게 올 것인지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통일을 이룩한 독일, 베트남, 예멘의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통일을 하였다. 동일한 역사적 배경과 언어, 문화를 공유한 국가들 간의 통일이었지만 통합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모든 국가가 상당한 경제·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였다. 우리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미리 준비하고 노력하여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어야 통일 비용도 줄어 들 것이다. 북한을 개혁, 개방, 평화 통일의 길로 이끌어 내는데 앞으로 제 2, 제 3의 평화오디세이가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아세아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