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미 일정 가운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다. 라오펑유(老朋友, 옛 친구)를 찾아가 20여년만에 재회하는 일정이다.
22일 시애틀에 도착한 시 주석은 다음날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 여사와 함께 시애틀 위성 항구 도시 타코마를 찾아간다. 시 주석과의 세 번째 만남이자 21년만의 재회를 기다리는 옛 친구는 타코마항 여성 임원 코니 베이컨이다.
1993년 푸저우(福州)시 서기였던 시진핑은 생애 두 번째 방미 길에 올랐다. 푸저우가 속한 푸젠(福建)성의 자매 주인 워싱턴주 일대를 시찰하는 방문이었다. 이 때 시 주석을 집으로 초대한 사람이 타코마 세계무역센터 간부이던 베이컨이었다. 베이컨은 태평양 건너에서 온 손님들에게 자신이 만든 미트볼 스파게티를 대접했다. 이듬해인 94년 베이컨이 타코마시 대표단을 이끌고 답방에 나섰다. 시 주석과 다시 만난 베이컨은 타코마 시장을 대리하여 자매 도시 협약을 맺었다.
시 주석과 베이컨은 그 뒤로 만나지 못했지만 두 사람이 씨를 뿌린 두 도시간의 교류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타코마가 유치한 해외 투자 가운데 중국 자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타고마와 푸저우시는 지금까지 30차례 이상 상호 방문단이 왕래했다. 당시 시 주석은 "타코마 인구는 푸저우의 50분의 1밖에 안되지만 두 도시가 교류하면 서로 도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타코마 방문길에 링컨고교를 방문해 중국어 수업을 참관할 계획이다. 이 학교 역시 92년 방문했던 곳이다.
라오펑유를 찾아가는 시 주석의 추억 외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가 부주석 시절인 2012년 그는 아이오와 주의 시골 농가를 찾아갔다. 1985년 허베이(河北)성 정딩(正定)현 서기 시절 첫 방미에 나선 32세의 젊은 시 주석이 이틀 묵었던 곳이다. 그는 당시 자신을 환대했던 농가 주민을 27년만에 찾아가 감사의 뜻을 전하는 모습을 연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중국 국내에선 시 주석이 젊은 시절 지방 간부의 자리에서 쌓았던 해외 교류 경험을 국가 지도자가 된 뒤 소중한 외교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은 이번 방미가 7번째다. 위안펑(袁鵬)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은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시애틀에 가는 것은 경제 외교와 함께 미국 보통 시민들과의 인문 교류로 우호 분위기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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