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후 4시 서울 명동에 있는 주한 중국 대사관. 굳은 철문이 활짝 열렸다. 중국대사관이 중국어를 공부하는 한국외국어대·한영외고·신갈고 등 학생 50여 명을 초청한 행사였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주변국 외교정책의 핵심인 ‘친성혜용(親誠惠容, 친밀·성실·혜택·포용)’을 소개한 뒤 “‘성’은 국가 간에도 신용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인데 중국과 한국은 서로 믿고 진심으로 대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대사관 관계자가 “대사의 다음 일정이 경기도 용인에서 있는데 여러분을 만나는 게 굉장히 중요해 그걸 뒤로 미뤘다”고 하자 학생들 사이에선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지난주 금요일(18일) 미국과 중국 대사관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의도하지 않은’ 공공외교 경쟁을 펼쳤다. 참석자들의 대부분은 고교생 또는 대학생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의 미래세대를 상대로 한 주요 2개국(G2)의 구애”라며 “우리 외교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했다.
두 나라 대사관 행사에 각각 참석한 이들의 소감은 그런 점에서 다른 듯 같았다. 중국 대사관 개방 행사에 참석한 김봉철 한국외대 국제학부장은 “작지만 이런 행사를 준비한 게 한·중 관계가 고차원적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아메리칸센터 재개관식에 참석한 김기범(25·대학생)씨는 “한국 속의 미국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사관의 이런 접근이 좋은 것 같다. 미국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될 듯싶다”고 했다.
국익에 따라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도 되는 게 국제정치다. 미·중의 러브콜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알 수 없다.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의 이해는 시시각각 달라지고, 그때마다 한국 외교의 선택지도 바뀌어야 한다. 당장 일본의 안보법 통과로 동북아 정세는 또 요동치고 있다. 리퍼트 대사와 추 대사의 공공외교는 그런 점에서 어려운 외교 문제를 미리 푸는 일종의 ‘선행 학습’이다.
글=유지혜 정치국제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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