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부모형제와의 관계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덕목인 인의예지를 배우게 한다. 인의예지를 통해 가족의 소중한 가치에 눈 뜨게 된다. 가족 중에서도 부모는 뿌리이고 생명의 원천이기에 존경과 모심에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된다. 하지만 적잖은 이들은 부모 생존 시엔 부모의 ‘큰 자리’를 모르고 살다가, 부모를 먼저 보내거나 타향 객지살이를 오래 하면 부모와 고향 생각에 사무쳐 눈물을 훔치곤 한다.
북송 중기의 대학자 정이(程?)에게 어떤 사람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안 계신데 생일잔치를 성대하게 하는 게 이치에 맞는가?’라고 물었다. 정이는 “부모님이 아니 계시면 생일에 갑절로 비통해야 마땅하다(人無父母 生日當倍悲痛)”고 답했을 정도다.
살아생전 가족을 만나고, 고향에 가볼 수 있을까-. 가슴 아픈 사람들이 이 땅에는 적잖다. 그 가운데서도 이산의 슬픔을 뉘에게 비하랴. 여느 사람들은 추석·설날이면 귀성길에 오르고, 고향이 안겨준 정을 듬뿍 안고 돌아오곤 한다. 하지만 북녘에 고향을 둔 1000만 실향민들은 명절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눈물의 망향가만 부를 뿐이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저 하늘 저 산 아래 아득한 천리, 언제나 외로워라, 타향에서 우는 몸 ∼.”
10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 극소수의 이산가족 만남이 있다. 상봉 문호를 대폭 넓혀야 하겠다. 그러지 않으면 “누대에 홀로 올라 밝은 달만 바라보네(孤臺見明月)”(중국 남조 제나라 장융의 ‘이별시’)라는 통한의 노래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孤 외로울 고, 臺 대 대, 見 볼 견, 明 밝을 명, 月 달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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