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2015-9-21
당나라 때 명의 손사막(孫思邈)이 저술한 ‘천금요방(千金要方)’은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자세에 대해 “위대한 의사는 의료술을 충분히 익히고(論大醫習業), 온 정성을 들여 의술을 펴야 한다.(論大醫精誠)”고 강조했다. 의학을 공부하되 윤리도덕을 함께 익힐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동의보감’에 영향을 미친 ‘의학입문’도 책의 말미에 ‘습의규격(習醫規格)’을 두어 의학의 궁극적 관심은 인간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의료의 본질은 학문으로서의 의학, 행위로서의 의술, 사랑 실천의 의도(醫道)라는 세 가지로 규정하고 있다.의사와 약사 등 사람의 건강을 책임지는 이들은 인간애를 지녀야 한다. 생활인이기에 영리를 도외시할 수는 없지만, 생명외경의 보호자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의학 서적으로서 ‘황제내경(黃帝內經)’으로도 불리는 ‘영추(靈樞)’는 “하늘이 나에게 부여해 준 것은 덕이고, 땅이 나에게 부여해 준 것은 기이다.(天之在我者德也 地之在我者氣也)”라고 했다. 동양에서는 예부터 생명의 본질을 덕(德)과 기(氣)로 인식했던 것이다.
‘의술을 인술(仁術)’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논어’에서 “인(仁)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 배경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의료·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가 여전하다. 정부합동 의약품리베이트수사단의 조사 결과 의사 수백명이 제약회사와 외국계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뇌물과 향응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영업비용 상승으로 인한 약값 인상을 초래, 국민의료비 증대와 의료 사각지대를 발생케 하는 범죄다. 의약품 리베이트 사범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과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겠다.
리베이트 암거래를 끊기 위해선 무엇보다 의사와 제약사의 투명성 확보와 양식 회복이 요청된다. “밀실에 앉아 있더라도 마치 네 거리에 앉은 것처럼 여기고, 작은 마음 다스리기를 마치 여섯필의 말을 부리듯 한다면 가히 허물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坐密室如通衢 馭寸心如六馬 可免過)” ‘경행록’의 가르침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大醫精誠: ‘온 정성을 들여 의술을 펴야 한다’는 뜻.
大 큰 대, 醫 의원 의, 精 정할 정, 誠 정성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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