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국정원이 책임을 지고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여 빠른 시일 내에 성사시키겠습니다.” 김 전 원장은 2006년 11월 23일 임명장을 받은 직후 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건의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들어 난색을 표했지만 그는 “김정일 위원장은 손님을 절대로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설득했다고 자랑했다. 노 대통령이 대규모 남북경협과 서해 공동어로수역 지정 논의 등 당근만 잔뜩 약속하고 끝났는데 무슨 선물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김장수 주중대사가 ‘꼿꼿장수’로 뜬 것은 국방장관으로 김정일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김 전 원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사진과 대비돼 화제가 됐다. 이게 억울했는지 책은 “옆에 선 김장수 국방장관도 고개 숙여 인사한 후 머리를 들어 악수하였다”고 각주를 통해 폭로했다. “이에 관해서는 증보판에서 자세하게 설명할 계획”이라고 했으니 앞으로 진실 게임이 벌어질 판이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공동으로 쓴 이 책은 ‘친노’의 관점에서 10·4선언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 전 원장은 남북정상회담에 관한 미공개 내용을 일본 잡지에 기고하는 등의 행동으로 물의를 빚었고 대국민 사과를 한 적도 있다. 국정원이 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해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좀 더 자숙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무덤에 갈 때까지 입을 다무는 것이 정보맨 아닌가.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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