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그때그일그사람

일제가 끊은 속리산 말티재 복원

바람아님 2015. 10. 12. 00:25
경향신문 2015-10-11

고려 태조 왕건이 닦은 어로(御路)로 전해지고 있는 충북 보은의 속리산 말티재 정상 부분이 단절 90여년 만에 복원된다. 이 길은 일제강점기 때 도로 공사로 끊어졌다. 충북 보은군은 오는 2017년까지 58억900만원을 들여 장안면 장재·갈목리 말티재 정상부(해발 430m)의 훼손된 자연생태계를 복원할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산림청에서 추진하는 백두대간 마루금 복원사업의 일환이다. 마루금 복원사업은 일제 때 끊어진 이 구간을 친환경 터널로 연결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고 등산로와 야생동물의 이동통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마루금은 ‘능선의 선’이라는 뜻이다.

말티재는 보은군 장안면 장재리와 갈목리를 연결하는 고개로 속리산을 오르기 위한 첫 고개다. 고려 태조 왕건은 속리산에서 불경을 읽다 할아버지(작제건)의 유적을 찾기 위해 속리산 능선을 따라 말티재 길을 닦았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세조가 지병을 치료하기 위해 속리산 법주사를 찾을 때 진흙으로 된 말티재 길에 얇은 돌을 놓아 정비한 뒤 속리산을 올랐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24년 당시 친일파 충북도지사가 말티재에 도로를 건설했다. 이때 말티재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생겼고, 산능선을 따라 내려오던 옛 말티재 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군은 끊어진 말티재에 길이 100m, 폭 10m의 터널을 설치해 도로로 인해 단절된 속리산 산능선을 다시 잇는다는 계획이다. 일제 때 끊긴 속리산 줄기가 91년 만에 다시 이어지는 셈이다.


터널 위에는 도로 개설 이전 형태로 숲을 복원하고 생태공원 등을 만든다. 고려부터 조선시대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속리산행 등산로도 조성된다.


또 말티재 주변에는 멸종위기 1급인 흰꼬리수리를 비롯해 담비, 하늘다람쥐 등 희귀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계 보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군은 기대하고 있다. 보은군 관계자는 “말티재 복원 사업은 일제강점기 당시 끊어졌던 백두대간의 정기를 되찾고 훼손된 생태계를 다시 돌려놓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2011년부터 백두대간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2년에는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을 잇는 이화령을 복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