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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세계문화유산 전쟁

바람아님 2015. 10. 13. 00:30
세계일보 2015-10-11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간행하기 위해 판각한 목판인 ‘한국의 유교책판’과 KBS의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 9일(현지시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지난 4∼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제12차 회의를 열어 한국의 유교책판과 이산가족 생방송 기록물을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이를 추인해 등재가 확정됐다. 두 기록물은 지난 1월과 4월 열린 등재소위원회 예비심사에서 ‘등재 권고’가 이뤄져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유력했다.

9일(현지시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유교책판의 퇴계문집 목판. 성리학 서적, 예학서, 역사서 등이 포함된 유교책판은 조선시대 지식인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것으로 305개 문중에서 기탁한 책판 718종 6만4226장으로 구성된다.문화재청 제공

한국의 유교책판은 305개 문중에서 기탁한 책판 718종 6만4226장으로 구성된다. 내용은 유학자의 문집, 성리학 서적, 족보·연보, 예학서, 역사서, 훈몽서, 지리지 등이다. 책판들은 현재 경북 안동에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에는 KBS가 1983년 6월30일부터 11월14일까지 생방송한 비디오테이프, 담당 프로듀서의 업무수첩, 이산가족이 작성한 신청서, 일일 방송진행표, 큐시트, 기념음반, 사진 등 2만522건의 자료를 포함된다. 이 방송에는 사연 10만952건이 접수됐으며, 절반을 조금 넘는 5만3536건이 방송에 소개돼 1만189건의 상봉이 이뤄졌다.


1983년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방송될 당시 한 시민이 여의도 KBS 인근에서 헤어진 가족을 찾고 있다. 당시 138일간 이어진 생방송 비디오테이프와 담당 프로듀서의 업무수첩, 이산가족이 작성한 신청서, 방송진행표 등 2만522건의 자료가 9일(현지시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문화재청 제공

이번 기록물 등재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13개로 늘어났다.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처음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켰다. 2001년에는 승정원일기와 직지심체 요절, 2007년에는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과 조선왕조 의궤, 2009년에는 동의보감을 유산 목록에 추가했다. 이어 2011년엔 일성록과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 2013년은 난중일기와 새마을운동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학생이 10일 난징의 대학살 추모관에 전시된 사진들을 둘러보고 있다. 유네스코는 전날 난징 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난징=AFP연합뉴스


중국이 제출한 난징대학살 문건도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확정됐다. 난징대학살 문건은 일본 군대가 1937년 12월 난징을 점령한 뒤 6주 동안 난징 시민과 무장해제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실과 1945년 이후 전쟁 범죄자의 재판 관련 기록물을 아우른다. 중국이 함께 신청한 일본군위안부 자료는 등재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은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일본군 포로의 귀환 관련 자료인 ‘마이즈루 항구로의 귀환’과 교토의 사찰인 도지(東寺)에 소장된 고문서 등 2건을 등재했다. 유네스코는 IAC 제12차 회의를 통해 47건을 새롭게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