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1.04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에도 시대의 유학자 장야풍산(長野豊山·1783~1837)이 쓴 '송음쾌담(松陰快談)'에 이런 대목이 있다.
"'징비록' 2권은 조선 유성룡이 지은 것이다. 문록(文祿) 연간 삼한과의 전쟁(임진왜란)에 대한 기록이
자못 자세하다.
내가 '무비지(武備志)'를 읽어보니 '조선의 유승총(柳承寵)과 이덕형(李德馨)이 모두 그 국왕
이연(李昖·선조)을 현혹해 마침내 국정을 어지럽게 만들었다'고 적어 놓았다.
유승총은 바로 유성룡인데 글자가 서로 비슷해서 잘못된 것이지 싶다. 막상 '징비록'을 보니 유성룡과
이덕형은 모두 그 나라에 공이 있다.
'무비지'에서 이러쿵저러쿵 한 것은 내 생각에 분명히 모두 거짓말인 듯하나 이제 와 상고할 수가 없다."
명나라 모원의(茅元儀·1594~1640)가 엮은 '무비지'에서 유성룡(柳成龍)과 이덕형을 악평한 글을 보았는데
명나라 모원의(茅元儀·1594~1640)가 엮은 '무비지'에서 유성룡(柳成龍)과 이덕형을 악평한 글을 보았는데
뒤미처 유성룡의 '징비록'을 읽고는 대번에 그가 조선의 충신임을 알았다는 얘기다. 유성룡의 '징비록'이 일본에서 간행되어
널리 읽힌 정황은 원중거(元重擧·1719~1790)의 '승사록(乘�錄)'에서도 보인다.
'속복수전서(續福壽全書)' 수아(守雅) 편에 실린 유성룡 선생의 말을 소개한다.
"밀실에서 문을 닫아 눈을 감고 고요히 앉는다.
서책이나 응접하는 일을 다 물리고 생각을 끊고 영위함을 그쳐 심력을 기른다
(密室掩戶, 閉目靜坐, 掃却書冊及一切應接之事, 斷思想絶營爲, 以養心力)."
빈방에 눈 감고 앉아 생각과 궁리를 끊고 외물을 모두 차단한 채 다만 마음의 힘을 기르겠다는 다짐이다.
말이 그렇지 눈을 감고 생각을 지우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생의 평생 경륜이 이 단사절영(斷思絶營)의 심력에서 나온 것임을 새 삼 알겠다.
우리는 생각과 궁리가 너무 많다.
마음의 힘은 기르지 않고 잔머리만 굴리려 드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커진다.
실력은 안 키우고 성과 거둘 욕심만 앞선다. 할 일은 안 하고 술수와 꼼수만 는다.
어른의 큰 말씀은 마음의 힘에서 나왔다.
깊이 가라앉혀 맑게 고인 생각에서 나왔다.
그것이 나라를 위한 경륜이 되고 위기를 건너가는 힘이 되었다.
'文學,藝術 > 고전·고미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世說新語] [340] 세사상반 (世事相反) (0) | 2015.11.11 |
---|---|
[가슴으로 읽는 한시] 밤에 앉아(夜坐) (0) | 2015.11.08 |
[가슴으로 읽는 한시] 갑술년 가을 (0) | 2015.10.31 |
[정민의 世說新語] [338] 일자문결 (一字文訣) (0) | 2015.10.28 |
[가슴으로 읽는 한시] 실록 편찬을 마치고 (0) | 2015.10.24 |